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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야, 방학 좀 돌려줘

반짝이2 2009. 7. 11. 00:56

일제고사야, 방학 좀 돌려줘
초등학생도 일제고사대비 강제보충수업 강행
신은희 (bada70) 기자
  
아이들은 방학 때 평소에 못한 여러가지 체험활동을 합니다. 지역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평소에 이름도 몰랐던 들꽃의 이름도 배우고 곤충도 보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 교육희망
여름방학

 

"엄마, 이제 방학 9일 남았다."

"그렇게 좋으니?"

"응"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아침 밥상에서 날마다 날짜를 세며 말합니다. 2학년인데도 저렇게 방학을 찾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몇 달 고생했으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에 가도 아이들은 이미 아는 날짜인데도 방학 날짜를 물어보고 기대에 들떠 있습니다. 찌는 무더위나 공사 소음, 쏟아지는 폭우도 방학만 생각하면 그저 즐겁고 참을 만 합니다. 어디를 갈까, 무얼하고 놀까? 학원에 잡혀 놀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방학은 말만 들어도 그냥 신이 납니다. 그런데, 방학이 와도 즐겁지 않은 학년이 있으니 바로 6학년입니다.

 

방학 줄여 일제고사 대비

 

10월에 있을 일제고사 대비로 많은 초등학교들이 방학에 보충학습을 할 예정입니다. MB정권 들어 처음 생긴 풍경입니다. 3월에 본 진단평가로 생긴 부진아를 집중지도하여 구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진아 보충학습은 전국에서 거의 다 실시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충북지역은 6학년 전체 보충수업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작년에 꼴찌를 한 탓에 올해는 꼴찌를 벗어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감회의에서 권고사항이라며 여름방학축소, 겨울방학연장안을 이야기했습니다. 언론에는 강제가 없다고 발뺌하더니 장학사가 학교마다 수시장학이라고 돌아다니면서 방학때 등교하는 학교 예를 들며 압박을 합니다.

 

농촌지역을 먼저 평정하고 청주지역을 압박하니 이미 방학계획을 세웠던 곳까지 최악의 사례를 따라갑니다. 교육감은 교장들 만나는 자리에서 악수하면서부터 "그 학교 부진아 00이죠?" 할 정도라니 현장이 느끼는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충북 대부분의 학교들이 1주에서 4주간 보충수업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 방학은 거의 날아가버린 셈이지요.

 

누구를 위한 부진아교육인가?

 

뜻이야 참 좋아 보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자는 거야 공교육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방학때도 꼭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나요? 학기중에도 0교시에 야간수업까지 해서 아이들 지치게 하더니 방학까지 뺏어가는 건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학습부진아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와 학교에 염증을 느껴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가정해체 위기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따뜻함을 느끼기는커녕 겁을 내고 있을 지경입니다. 이게 정말 이 학생들을 위한 일일까요?

 

또 부진아만이 아니라 전체 학생을 등교시키는 건 일제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꼼수라고밖에 안보입니다. 혹 내년에 전국적인 교육감선거에서 당선되려고 학생들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수업이 먼저야? 부진아 지도가 먼저야?

 

방학식에 교장선생님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훈화가 "책을 놓고 산과 들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입니다. 그래야 2학기 공부가 잘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는 감각을 온전히 발달시켜야 중학교 가서 이성적인 학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진아지도가 꼭 필요하다면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근거라도 있어야 현장에서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물어보는 절차라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학교공포증에 2학기 수업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교사들의 피로도도 큰 문제입니다. 방학때 연수도 있고 휴식도 필요한데 학교에 4주씩 나오면 2학기는 몸이 지쳐 포기할 지경입니다. 서울지역은 부진아지도하라고 새학년 연수(2학기 내용 미리 공부하는 연수)도 못가게 하는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효과도 증명되지 않은 부진아지도에 2학기를 포기하라는 건가요?

 

선진화를 외치는 시대에 점수 올리기 경쟁으로 시험풀이 수업, 시험 증가, 방학 축소, 원칙없는 부진아지도로 학교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동인권침해도 무수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를 추진하면서 "아동의 행복추구권"을 이야기하던 정부는 아이들에게 먼저 방학부터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