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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에 대한 생각

반짝이2 2009. 3. 22. 12:49

피곤했었나보다

잠깐 누웠다 잠이 들었다

눈이 뻑뻑하고 아프다

내일 노동조합 운영위 토론하려고 <민주노총 성폭행 사건>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

일이라는게 파고들어가면 더 또렷하게 보여야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들어가볼수록 더 복잡하고, 흐릿해진다

이번일도 자료들을 찾다보니 2차 가해, 3차 가해하면서 폭도 넓어지고, 복잡해지기만 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 기사는 모든 사실관계 하나하나 가지고 악용해서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집단적인 파렴치범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사실관계조차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러다보면 자꾸 방어적이되고, 사실관계조차 부정하게 되는가-

 

성폭행

두말할것없이 범죄이고, 가해자는 철저히 반성해야하고, 엄중히 처벌받아야한다

그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와 노력들이 필요한가?

성폭행이 얼마나 나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술 한잔하면 그럴 수 있지, 그럴만한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했겠지 하는 등의 인식이 있다면 이런 일들은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게된다

성관계를 가질 때는 충분히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되었을 때 가져야 한다

그것은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도(상대방) 좋아하겠지, 좋아하면서..등의 주관적인 생각만 가지고, 상대방의 동의없이 힘이나 상황으로 성관계(신체적접촉, 성적인 얘기)등은 모두 성폭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성폭행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해자인 개인과 조직은 어떤 관계에 있어야 하는가?

처음 이 사건에 대해 얘기듣고 지도부 총사퇴가 논의된다고 했을 때, 이 일로 지도부가 모두 사퇴해야한다는 것에 동의되지 않았고, 지금도 의문이다

물론 가해자가 민주노총 중앙조직의 간부이므로, 지도부(조직)전체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조직적인 범죄(?)가 아닌 상태에서 모두가 사퇴하는 것이 맞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지도부는 사건발생에 대해 가해자 다음으로 큰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조직내에서 사전에 그러한 부분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혹시 관련자가 있다면 평소의 친분이나 조직내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후에 이런 일이 조직내에서 발생되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

총사퇴 문제는 그 다음 판단이 되어야 한다

1차적인 책임과 조치들을 철저히 진행해야 함을 확인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상황이나 조합원들의 요구를 보았을 때 지도부 총사퇴로 사건의 수습이나 이후 조치들이 더 힘있게 진행될 수 있다면 조직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으면 지도부가 무조건 사퇴해야한다는 것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되고, 그렇다고 절대로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과정에서 지도부가 서로 나누어져 다른 판단을 하게되고, 그래서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다는 것은 일치된 사상과 견해가 없다는 것이다

일치된 사상과 견해가 없다는 것은 지금 우리 운동이 딛고 서야할 핵심적 과제이다

또 하나, 일치된 사상과 견해가 없는 상태에서 서로 다른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갖고 사업을 하고, 동지를 대해야 하는가?

현실에서 풀어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서로 다른 시각과 판단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미 결정된 기준이 없다면 함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과 가장 가까운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도 일치되지 않는다면 최대한 동의되는 수준까지 함께 결정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적이 아니라, 동지라면

적들과는 타협이 없어야 한다

기준이 지켜지지 않으면 우리 판단대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함께 해야할 동지라면 당장 가장 좋은 결정이 안되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선에 서 있다

우리의 맞은 편에는 자본과 정권이라는 적이 있다

우리는 적과 싸운다

적이 퍼붓는 총탄을 막아내고, 한 발이라도 더 전진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 동지들을 보살피고, 주변을 돌보는 일에 여력을 내지 못한다

치열한 싸움이 있으므로 일상에서는 치열하지 못하고, 나태하거나 덜 도덕적이거나 덜 창조적이기도 하다

나름 정말 열심히, 힘들게 싸웠는데 싸움의 성과도 적고, 주변의 지지자도 적을 때가 있다 

오늘 나의 싸움이 적과의 싸움임과 동시에, 동지들과 민중들을 얻는 과정, 새로운 사회를 내 스스로 창조해내고 표현해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이 어려운 것 같다

  

하루하루 내 삶이 나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그래서, 내 인생이 재미있는걸까

좀 피곤하고 힘들지만

눈이 아프고, 피곤하네-

 

2009. 2. 17일

출처 : 뭐든가능해!!
글쓴이 : 현이엄마 원글보기
메모 : 사랑하고 존경하는 후배의 글이다. 원칙을 생각하고 원칙을 지키려 오래동안 애쓰며 살아온 아름다운 사람이다. 요사이 그의 모습은 이십년 너머 보던 중 가장 살이 내린 모습이다. 원칙은 고사하고 상식조차 지켜지지않는 세상탓인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은 점심이 맘에 걸린다. 정말 따듯한 밥 한끼, 같이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