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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트위터, 140글자로 명박산성 넘다

반짝이2 2009. 9. 30. 13:34

 트위터, 140글자로 명박산성 넘다
  관계맺고 소통하기 시작하는 네티즌, 새로운 민주주의 만들어낼까
  낮은표현 블러그 http://niceturtle1.tistory.com, 트위터 http://twitter.com/niceturtle
최근 주목받는 온라인 서비스는 단연 트위터다. 트위터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이용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내에 소개됐다. 또 피겨요정 김연아가 트위터를 통해 일상의 모습을 전하는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몰려들었다. 이후 김주하,  원더걸스 같은 유명인들이 속속 트위터에 나타났다. 그와 함께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관심을 얻고자 미니홈피와 블러그를 수개씩 ‘도급’주고 있는 정치인들이 트위터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제가 되었던 방송인 김제동의 트위터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140자 여론
트위터는 마이크로 블러그이다. 마이크로 블러그란 단어의 뜻 그대로 부가기능을 최소화한 블러그를 말한다. 트위터는 140자로 글쓰기가 제한돼 단문형 블러그라 불리기도 한다.
짧은 한 문단 정도로 글을 쓰는 트위터에서는 직설적이고 간결한 정보와 의견들이 빠르게 유통된다. 또한 핸드폰을 통해 글을 읽고 쓰기에도 적합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통경로도 다양하다.
최근 미디어법 강행처리 사태에서 트위터의 속도가 그 위력을 과시했다. 국회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이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트위터로 실황을 중계했고, 이 소식들은 꼬리를 물고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언론사에서 취재-기사작성-데스크를 거쳐 비로소 뉴스가 공개될 즈음,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에는 이미 ‘MB OUT’이라는 리본이 걸려 있었다.
 
불통사회의 직접소통
트위터는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로 번역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이기도 하다. 온라인을 통해 기존의 인맥을 관리하거나 새로 인맥을 맺기 위한 서비스를 뜻한다. 오프라인의 학연 인맥을 온라인상에서 부활시켰던 아이러브스쿨의 서비스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맺기와 같은 서비스가 SNS의 대표적인 사례다.
트위터는 팔로잉(Following)과 팔로워(Followers)의 관계가 연쇄적으로 맺어지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팔로우(Follow)란 일촌신청이나 이웃신청과 비슷한 개념이다. 팔로워(Followers)란 누군가의 트위터에 쓴 글을 받아보는 사람을 뜻한다. 단, 트위터에는 미니홈피처럼 신청에 대한 승인개념이 없다. 팔로우하는 순간 네트워크가 바로 연결된다.1)
최문순, 노회찬, 심상정 등의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인은 여전히 ‘일방통행’을 강행하기도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트위터에 ‘마음은 불편하지만 며칠 더 쉬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수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그를 직접 비판했지만, 한동안 김 의장을 트위터에서 볼 수 없었다.
 
팔로워(follower)란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받아보는 사람들을 뜻한다.
 
neticus의 글을 exsugar가 리트윗하고, 이를 다시 niceturtle이 리트윗한 모습.
 
관계의 연쇄가 가지는 힘
트위터에서는 단순하게 관계만 맺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아본 글을 내 팔로워들에게 다시 보낼 수도 있다. 이를 리트윗(RT:Retwit)이라고 한다. 받아보는 글 중 공감이 가는 것을 리트윗하면 이 글은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 글을 받은 내 팔로워 중 누군가가 이를 다시 리트윗하면 그의 팔로워들에게 전달돤다.
이론상 인맥이 7단계만 거치면 전 세계 모든 이와 연결된다고 한다. 트위터 이용자들을 그 현상을 단 몇 분 만에 경험한다. 트위터 응용프로그램에서 리트윗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1~2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140자를 읽는 짧은 시간, 이를 다시 내보내는 또 다른 짧은 시간의 연쇄로 한 의견이 엄청난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 ‘MB OUT’ 리본이 달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근조’ 리본이 퍼진 시간은 그야말로 ‘삽시간’이었다. 그 수가 절대 다수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런 리본들이 트위터 상에서 극히 짧은 시간 안에 모두에게 보인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정보와 여론의 평등함
이런 연쇄의 힘, 관계의 힘을 통해서 트위터는 온라인의 여러 가능성을 선보인다. 또, 트위터에서는 누구도 기득권이 없다. 따라서 누구든지 정보와 주장을 생산하고 유통한다. 누군가의 의견은 몇 번의 리트윗을 거치면서 여론이 돼 간다. 뿐만 아니라 서로가 가진 지성들을 모으는 집단지성의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누군가 트위터에 올린 질문에 답하거나 모르는 건 리트윗해 나의 팔로워 중 누군가가 답변하게 함으로써 지식을 공유한다. 잘못된 정보가 트위터에 빠르게 유통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고 이를 정정하는 시간도 순식간이다.
거대 정당의 파벌을 가진 정치인들이 언론의 관심과 정치적 결정을 독점했다면,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대중들을 향한 직접 소통의 통로를 만들 수 있다. 진보정당 당직자들이 트위터를 열심히 한 덕에 ‘트위터에서는 진보신당이 여당’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유력 언론사들이 트위터라는 새로운 취재원을 선택한 언론사에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디도스 공격이 시작된 날, 한국일보의 한 기자가 평소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 이유를 트위터에 물었다. 보안에 전문지식을 가진 이용자들과 미국현지에서 백악관 등의 사이트 현황을 전하는 이용자들의 제보가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디도스 공격에 대한 기사가 완성되었다. 반면 연합뉴스 등 통신사에서 기사를 사오거나 정부고위급 인사들을 취재원으로 갖고 있던 업계 수위권 언론들은 아무런 기사도 내지 못했다.
정치인과 전문가들을 건너뛰고 대중이 직접 정보와 여론을 생산하기도 한다. 트윗폴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다음 서울시장 후보는?’과 같은 설문을 개설하면, 팔로워들이 설문에 참가하거나 이 설문을 리트윗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 설문에 참여하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론과 정보는 다시 트위터에 공개되고 다시 리트윗을 통해서 퍼져나가는 것이다.
 
트위터, 직접민주주의의 한 단면
확실히 트위터란 서비스는 온라인을 변화시키는 앞자리에 위치해 있다. 블러그만큼 깊지 않지만 간결하고 빠르다. 카페 게시판보다 끈끈하진 않지만 무한한 사람과 직접 소통한다. 다른 온라인 서비스와 다투지 않고 그들의 장점을 끄집어내고 융합시킨다.
하지만 설레발은 금물이다. 트위터의 이용자는 아직 한국 온라인의 공룡, 네이버 이용자수와 비교가 안 된다. 최근 아이돌을 대거 영입한 덕에 팬덤2)들이 대거 유입된 국내 동종서비스인 미투데이와 비교해도 아직 적은 수다.
때문에 지금 트위터의 빠름과 정치적인 색채는 상대적 소수 이용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온라인 서비스보다 신속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된 트위터 미디어 악법 서명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정작 서명자에 동참한 사람의 수는 1000명 단위다.
트위터가 현재 한국의 온라인 여론을 선도하거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다. 이런 역할은 아무리 제한적이더라도 네이버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서비스의 속도, 소통능력, 네트워킹 능력을 기반으로 민주주의가 조금 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 모습과 가장 닮은 서비스는 단연 트위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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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트위터가 B트위터에 ‘팔로우’를 하면 A는 B의 글을 받아보는 동시에 자신의 글도 보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팔로잉’이라고 하며, A는 B의 ‘팔로워’가 된다.
2) Fandom.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