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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행당한 쌍용노동자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반짝이2 2009. 11. 19. 10:22

한겨레신문 허재현기자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옥쇄파업을 하는 동안 농성장 안에 있었던 그 기자입니다.

 

세인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지금,

다치고 구속된 많은 분들과 그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실지...내 살기 바빠 잊고 지나는 게 사람 맘인데,

허재현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농성이 끝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유례없이 벌어진 파업을 두고 당시 언론도 떠들썩하게 보도했지만 이젠 조용합니다. 노사협상이 이뤄졌고, 격렬하게 벌어졌던 경찰과 농성자들의 충돌도 이젠 끝났습니다. 언뜻 보면 이 곳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8월 5일 경찰은 옥쇄파업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무참히 공격했습니다. 조립공장 옥상에서 벌어진 경찰의 진압은 ‘노동자 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농성 진압 과정에서 무장해제 한 노동자를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습니다. 공권력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웬만하면 이렇게 단언해서 얘기하기도 힘든데 이 날 진압은 카메라에 생생히 찍혀 보도된 덕분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날 경찰에 폭행당한 노동자는 그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수소문 끝에 한 분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아무개(38)씨. 8월 5일 쌍용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경찰특공대에 구타당한 뒤 붙잡혀간 분입니다. 10월 23일까지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풀려났습니다. 자신이 참여한 불법파업에 대한 법의 대가를 치른 것이죠.

 

그렇다면 김씨를 폭행한 경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법의 처벌을 받았을까요. 예상했던 대로, 국가는 김씨를 폭행한 경찰을 찾지 않았고 심지어 김씨에게 어떤 사과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어요. 되레 특공대 팀장이란 분이 절 폭력 농성자라고 주장하며 증인까지 세우더군요. 물론, 증거가 없어 그 부분은 혐의를 입증시키진 못했습니다. 그러고선 자신이 달려가서 오히려 제가 맞고 있는 것을 막아줬다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경기경찰청은 쌍용차 노조와 금속노조 집행부, 민주노총 등 3개 단체와 집행부 57명을 상대로 20억5천여만 원의 손해배상과 경찰 부상자 121명의 위자료 2억여 원을 지불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김씨는 경찰에 당한 폭행으로 머리를 다쳐 뇌진탕 판정을 받았고 손가락이 골절 되고 팔 뼈가 부러졌습니다. 경찰 책임자는 김씨가 병원에서 치료 받는 동안 문병 한번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씨는 제게 당시 경찰로부터 폭행당하던 순간을 뒤늦게 전했습니다.

 

“진압 될 때 전 조립공장 옥상에서 서 있었어요. 처음에는 경찰이 옥상 위에 올라선 줄 모르고 있었어요.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고개를 돌렸는데 경찰이 절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리곤 갑자기 ‘꽝’했어요. 뭘로 어디를 찍었는 지 모르겠는데 전 그 자리에 쓰러졌어요. 그 뒤 머리를 쾅쾅 밟혔던 게 기억나요. 그리고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경찰로부터 어떻게 맞았는 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김씨는 심하게 구타당했습니다. 김씨에게 ‘경찰이 그날 왜 그렇게 심하게 때렸던 것 같은 지’ 물었습니다. 김씨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증오심’이었습니다.

 

“당시 투입된 특공대는 우리에게 감정이 많이 상해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유치장에서 한 경찰에게 전해 들었는데 8월 4일 경찰이 많이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8월 4일 경찰은 농성자들의 주요 거점인 조립공장 옥상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경찰은 쌍용차 농성 진압 과정에서 경찰쪽 부상자가 121명에 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옥상에서 체포 되어 내려오는데 한 특공대원이 제게 눈을 부라리며 이렇게 소리질렀던 게 기억나요. ‘자식같은 놈한테 맞으니 좋냐? XX놈아. 너 때문에 내 손가락이 부러졌어.’”

 

그러나 김씨는 경찰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자기 동료가 다쳤는데 화가 나지 않을 경찰이 어디 있겠냐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제가 정말 원망스러운 대상은 회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린 싸울 필요 없는 상대끼리 (경찰과) 싸우고 다치고 한 거죠.”

 

맞는 말입니다. 일개 경찰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놓고, 그 법을 지키지 못했다고 탓하는 사람들과 대리인을 내세워 국가 폭력을 자행한 분들에게 죄가 있겠죠. 인간의 얼굴을 포기해버린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있을 겁니다. 쌍용차 부실 매각의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는데 애꿎은 노동자들만 거리에 내몰렸고, 거리로 내쫓지 말라며 공장점거한 노동자들만 범죄자가 되어 그렇게 경찰에 두들겨 맞은 거죠.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랜드 아주머니들,용산 세입자들,콜텍 노동자들,기륭 노동자들... 그들은 모두 불법 농성자이지만 그들은 또한 피해자입니다. 이들은 인간의 심장을 잃어버린 자본주의 한국 사회가 잉태한 슬픈 자화상들입니다. <한겨레>같은 언론에서 이들의 농성을 줄기차게 보도하는 것은 어쩌면 언론이 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민변에서는 8월 5일 벌어진 경찰 폭력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에게 지난 8월5일 발생한 진압 경찰관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을 의뢰했습니다.

 

뒤늦은 움직이지만 바람직한 요구입니다. 불법 농성이라고 해서 국가 공권력이 불법 진압을 해선 안됩니다. 공권력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그 순간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닌 국가 폭력입니다. 반드시 법의 책임을 물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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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십수년을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전과자가 되어버린 그 분들. 뙤약볕 공장 옥상에서 최루가스 들이마시면서도 입에서 담배를 내려놓지 못하던 그 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꼭 재기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쌍용차 해고자들이 어떻게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 포스팅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