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쟁점-교사시국선언

[스크랩] 전교조를 누가 심판하려 드는가?

반짝이2 2010. 4. 28. 09:50

 

 

 

내 기억에 전교조는 만화가 박재동 님의 딱 그것입니다.

전교조 출신인 박재동 화백은 한겨레 신문사 만평 작업할 때

유달리 전교조에 대한 부분은 상세히 제대로 그렸었습니다.

언젠가 전교조 선생님을 구분하는 방법은

"유난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수업에 충실한 분!"이라고 했습니다.

딱 맞는 표현이지요.

 

전교조 1세대인 나는 고3시절,

3학년 교과목 담임선생님 다섯분이 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가슴아프게 보았습니다.

(어찌보면 제가 가지는 민주적 소양은 그당시에 체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분들 모두는 유달리 수업에 충실했었고,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떠올려 보노라면 천태만상이다.

지난 밤 마신 술이 아직도 덜 깨어 썩는 냄새가 나던 알콜중독 수준의 선생님,

당신의 수업을 굳이 강의라고 표현하며 스스로를 높이는데만 열성이었던 선생님,

은근슬쩍 등뒤로 와서 등을 토닥거리는 것인지, 속옷을 훑는 것인지 구분이 안가던 변태선생님,

집에서 무슨일이 있었던지 학교에 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며 폭력을 행사하셨던 난폭선생님,

아이들이 무엇을 질문하면 당신을 골탕먹이려 질문한다며 버럭 화를 내던 열등감의 지존 선생님,

말하자면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을 유독 사랑하셨습니다.

 

영어선생님이셨던 당신은 언제난 아인슈타인과 슈바이쳐, 김구, 간디 등의 명언을 매번 칠판에다 적어놓고서는 영작을 번역도 해주시고

참다운 가르침을 일러주셨습니다.

수학선생님이셨던 당신은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을 설명하시며 자아실현을 강조하셨고,

윤리선생님이셨던 당신은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싸워서 며칠째 말을 하지 않고 지낼 때 담임선생님께 진심을 보여주라며

삶은 계란에다가 우리의 모두의 말들을 적어 한 바구니 포장을 해 드리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했고 담임선생님과는 다시금 친해졌었지요. 우리 스스로도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가졌고, 또 윤리선생님의 센스에 감동했지요.

국사선생님이셨던 당신은 왕과 귀족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에 대해서 어렴풋이 설명해주셨고,

고전문학 담당이셨던 국어선생님은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하셨지만, 잔잔히 아이들의 뒤를 챙겨주셨던

참으로 아름다웠던 분들이었습니다.

 

했기에 우리는 당신들이 떠난 텅 빈 운동장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한참은 멍~한 1989년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당시를 기억하는 우리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어떠한 미명의 올가미도

결국은 그것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도를 넘고 넘어 이제는 전교조가 숫제 우리사회 만악의 근원인양 온갖 작태를 다 연출하는군요.

시국선언이 어때서요? 국정이 상식에 어긋나고 방향을 잃으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활동을 또 왜 금지합니까? 인간이 사회정치적 존재인데 그게 그 무슨 죄가 되는 것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전교조 회원을 왜 만천하에 공개합니까?

그럼 지금부터 4천 8백만 국민 모두의 사회정치활동에 대해 낱낱히 공개하십시오.

계모임부터 정치활동의 수준까지를 빠짐없이 말입니다.

 

모름지기 그 사회의 발전수준은 사회구성원이 사회조직에 어떤 식으로 결합되었냐로 평가하지요.

모두들 섬처럼 개별로 흩어져 있는가,

아니면 비슷한 계층별로 조직되어 구성원들의 자발적 이해와 요구가 어떻게 사회에 반영되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과 질을 가늠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교직원들의 자발적 조직인 전교조는 교육을 바로세우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이것이야말로

우리사회가 진일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 모두를 철저히 개별로 분리시켜 지배하고자 하는 당신들은

참교육실현을 위한 교직원들의 자발적 모임을 깨부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왜냐하면 교육비리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당신들의 행태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려는 것이고,

전교조를 이념적 주적으로 규정하여 보수세력을 규합하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한국의 교육이 발전하고 있습니까?

교육감 선거에서 부터 일선학교 승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선정까지 온갖 비리가 연루되어

썩고 썩어가는 교육현실을 어떻게 바로 세우렵니까?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소원이 아닙니까.

그 길에 직언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집단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전교조 선생님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십시오.

이땅의 교육발전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분들의 노력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제발!

 

출처 : 누구에게나 향기가 있다!
글쓴이 : 수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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