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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쇳물 쓰지 마라! -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반짝이2 2010. 9. 10. 12:06

 전태일 열사 분신 40주기를 한달 남짓 앞둔 대한민국 2010년 9월에

29살의 젊은 노동자가 용광로 쇳물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교대근무, 밤샘 노동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5미터 난간에서 1600도씨 전기용광로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눈물에 앞서 욕이 나올라 합니다.

 그 어떤 뉴스보다도 충격적인데 왜 신문에는, 뉴스에는 나지 않는 걸까요?

 

 조각가 김봉준선생님께서 그 쇳물로 죽은 청년노동자의 영혼이라도 달래고자 조각상을 세우자는 제안을 페이스북에서 하셨습니다. 너무 고마운 일이지요. 동참하실 분은 아래 주소로 가시면 됩니다.

http://www.facebook.com/?ref=logo#!/note.php?note_id=150848574936141&id=100001107364042&ref=mf

 

가장 고된 노동이 가장 존중받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요?

 

다음은 어제 아침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가슴 저미는 조시(弔詩)가 ‘넷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쇠를 녹이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딛어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끄집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거의 하루 가까이 지난 뒤에야 연합뉴스와 MBC 등을 통해 간단히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온 가슴 저미는 조시가 누리꾼 사이에 퍼저 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 ‘alfalfdlfkl’씨가 시 형식으로 작성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새벽시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29세 청년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

 

누리꾼들은 시신의 흔적조차 없어 쇳물을 떠놓거나 유품으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면서 젊디 젊은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시를 퍼나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참 뭐라 적을말도 없이 참담하군요 비단 이분만이시겠습니까. 이름도 얼굴도 없이 스러져가는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요”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간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김씨가 추락한 높이 5미터의 작업장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사실과 선임자급만 용광로 위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유족측의 주장이 새롭게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개했다. 한 누리꾼은 “김씨는 피로가 몰려오는 새벽시간에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했던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10명의 근로자가 죽는 사고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나은 게 뭐냐?”라고 물었다.

 

 다른 누리꾼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월급 120만원 받고, 그나마 계약 끝나면 잘리고, 일자리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 차지가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조2교대 / 3조2교대 근무가 낳은 패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대조로 돌아가며 1년 365일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이미 곪아터질대로 터져버렸다. 하루에도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주말이라는 단어는 우리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없다.”고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흥미만을 좇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최영호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Lawyer_KOREA)를 통해 “신정환이 도박을 했건 댕기열에 걸렸건 온 국민이 알아야 하는건지…. 어제 용광로에 떨어져 뼈도 못추린 공장직원은 오늘도 보도되지 않을 것 같다”며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전한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김태호를 비롯한 청문회 낙마 인사들을 겨냥해 “이재오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으니 당신들도 국무총리, 장관 욕심내지 말고 눈높이 낮춰 용광로에서 10년간 복무하라”고 비꼬았다. 한 누리꾼은 최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사건을 빗대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나? 서른 예닐곱살 먹고도 무단결근하면 엄마가 대신 전화해주고, 온갖 특혜 받으며 5급에 붙은 돼지도 있던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애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