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스크랩] "... ... 샘님 돈을 주세요"의 뒷 이야기

반짝이2 2009. 4. 11. 12:54

 "... ... 샘님 돈을 주세요."

 지난 비오는 날 좋은 후배가 제안했던 “ ...샘님 돈을 주세요” 뒷이야기 올립니다.

저는 그 이후 은행에 가서 1000원짜리를 빳빳한 새돈으로 바꿔 서랍에 넣어 두고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보다 확실히 제가 더 긴장하고 설레였습니다.


 저는

“ 하루 잘 지냈니?” 또는

“ 고맙구나.”등 짧은 말을 하고 돈을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도 않고 받아서 인사도 없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틀 내리 6교시끝나고 종례도 안받고 도망을 갔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졸였습니다. 셋째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종례 후에 내가 보자고 해도 그냥 가버렸습니다. 혹시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은 아닌가 안절 부절하였습니다.

 그리고 물론 나흘간 돈을 못주었습니다. 그리고 닷새째 되는 종례 후에 아이를 불렀습니다. 아이가 왔습니다. 나는 흰 종이에 싸 두었던 돈을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받아 갔습니다. 나는 흰 종이에 한줄 글쓰기를 남겼더랬습니다.

 “진숙아!  나는 뭐든 너랑 나누고 싶어서..... 많이 사랑해.”

 

 다음날 오전에 복도에서 누가 내 어깨를 툭 건드렸습니다.

 

 

 진숙이가 웃고 있었습니다.

 “진숙아! ”

 점심시간에 복도에서 누가 또 팔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진숙이구나.”

 “선생님, 얘가요. 내 친군데요. 선생님이 좋대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존심이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한 줄로 쓴 나의 짧은 대화에 대한 호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날은 용기를 내어 좀 길게 편지를 썼습니다.


진숙아!

선생님이 진숙이에게 바라는 것은

진숙이가 학교에 나와서 하루일과를 잘 보내는 것이야.

그리고, 오늘 남아서 신문읽고 내용정리하기 과제를 충실하게 해주어서 고맙다.

국어시간에 사라져서 매우 걱정했고, 아이들에게 민망했고, 괘씸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내일도 학교 잘 오고

제대로 생활하자.

진숙이가 우리반이고 선생님과 만나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선생님은 우리 지숙이를 사랑하려고 해. 선생님의 사랑하는 제자로 삼으려고 말이야.

그러면, 내일보자. 안녕-


진숙이는 아직 크고 작은 말썽을 부립니다. 그러나, 나는 진숙이가 학교만 오면 일없습니다.

우리집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의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 엄마, 나 사랑하지요?"

"그러엄, 사랑하지요."

" 엄마, 내가 엄마 말 잘 들으면 엄마가 나 많이 사랑하지요?"

" 그렇지요, 엄마는 우리 딸이 엄마 말을 잘들으면 많이 사랑하지요."

" 엄마! 내가 엄마 말 안 듣고 말썽부리면 나 안 사랑해요?"

" 엄마는 우리 딸이 엄마말을 잘 듣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언제나 우리 딸을 사랑해요. 말썽을 부리면 좀 슬프기는 하겠지만 사랑에는 변함없어요."

나는 진숙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지거나 아니면 지속적으로 좋아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우리 아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좀 슬프기는 하겠지만 변함없이 진숙이를 사랑하는 교사로 살고 싶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 교실의 아이를 만나고자 노력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1131552201_A lover s concerto - 진혜림.mp3

 

출처 : bumomam
글쓴이 : 씨감자 원글보기
메모 : 부모맘...옛말에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했던가. 글쓰신 선생님 마음이 꼭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