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스크랩] 아이가 학교에 나오는 날 ,샘님은 돈을 주세요?

반짝이2 2009. 4. 11. 12:51

 반갑습니다.

 오늘은 비가내리는 일요일입니다. 어제는 참 좋은 후배를 만났습니다.

 

제가요. 요즘 학교를  옮겼습니다. 청천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남녀공학입니다. 저는 교직생활에서 처음으로 남녀공학 담임을 하고 있어요.

이십년전에 남녀공학중학교에 근무는 했지만 남녀분반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반 우리아이들이 "남북분단도 서러운데, 남녀분반이 웬말이냐!"라고 했었구요.

십년전, 여중학교에 근무했을 때, 우리반 아이들이 "남녀별학이 화장실개조비 때문이라면 학생모금도 불사하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작년에 남중학교 우리반 아이들은

"차라리 없는게 편해요."

"뭐가?"

"여학생이요... ..."   

"???"

 

이렇게 난생 처음 남녀공학중학교 담임을 하고보니 아이들을 만나는 첫날부터 별쓰잘데 없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함께 앉도록 할까 아니면 분단을 구별할까?

저는 처음 한달 동안은 번호순으로 앉다가 약자를 배려한 후, 제비뽑기를 병행하여 자리배치를 해 왔거든요.

하여튼...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아이들은 재미나게 지냅니다. 그리고 작년에 등교일수가 부족하여 진급을 못하고 복학한 학생이 우리반에 배정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결석하면 연락할 전화번호가 없습니다. 

학교에 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오는 날도 있고, 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일교시 끝나고 오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와서 점심을 먹고  나가기도 합니다. 책을 챙겨주고 아침에 등교하는 날은 아침밥을 먹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결석한 다음날은 혼날 각오를 하고 내 눈치를 봅니다. 나는 혼을 내지 않고 “잘했구나.당연히 와야지.” 하고 반가워합니다.

지금은 학교에 오면 바로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저왔어요. 잘했죠?" 합니다.

 

어제 만난 좋은 후배와 여러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갑자기 이아이가 생각나서 말했어요.

후배가 말하네요.

"샘님! 돈을 주세요. 하루 천원씩 주세요. 학교에 와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학교 끝나면 뭐좀 사먹으라고 하세요. "

"알겠습니다."

저는 돈을 주는 것이 교육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아이가 학교에 날마다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후배가 권하는 일은 무조건 실천하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반의 이 아이가 학교에 와서 하루일과를 잘 마치고 나면 돈을 주겠습니다. 뭐 담임수당도 있으니까요.... 

 

 

 

 

메모 : 학교를 안 오는 아이...담임하면서 꼭 겪게돠는 일이다. 몇 년 전 내게도, 심지어 방밖으로도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었다. 상처가 더깨더깨 앉아서,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서웠던 아이. 그 녀석 굵은 눈망울과 눈물이 생각나 봄볕에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