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시인의 숲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반짝이2 2009. 5. 12. 13:03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오늘도 길 없는 길로 나를 밀어가는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시린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이렇게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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