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시인의 숲

꽃다지

반짝이2 2009. 4. 22. 13:33

 

꽃다지 

 

도종환

바람 한 줄기에도 살이 떨리는
이 하늘 아래 오직 나 혼자뿐이라고
내가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처음 돋는 풀 한 포기보다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민들레만큼도 화려하지 못하여
나는 흙바람 속에 조용히
내 몸을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안 뒤부터는
지나가는 당신의 그림자에
몸을 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고
건넛산 언덕에 살구꽃들이
당신을 향해 피는 것까지도 즐거워했습니다

내 마음은 이제 열을 지어
보아주지 않는 당신 가까이 왔습니다
당신이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로 흘러오리라 믿으며
다만 내가 당신의 무엇이 될까만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이름이 없는 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너무도 가까이 계심을 고마워하는
당신으로 인해 피어 있는 꽃입니다



 

 

이름 모를 들꽃들...

초대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을 지내셨던 요산 김정한 선생님께선

제 땅에 나는 들꽃의 이름도 모르는게 무슨 자랑이라고

심지어 시인, 소설가들도 부끄럼없이 이런 표현을 쓴다 혼내셨지만

 

아직 내가 이름 불러줄 수 있는

풀꽃의 이름이란 게....부끄러울 따름!

 

그래도 자신있게 불러줄 수 있는 이름 몇 가지,

그 중 하나가 꽃다지이다.

 

양지바른 길가나 논둑길 아무데나 옹기종기 피어있는

솜털 보송보송한 노란 꽃다지.

 

봄에 핀 들꽃들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몸을 낮추어야 한다.

 

낮은 포복으로 총총히 피어 있는

이 애틋한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내 몸부터 낮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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