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시인의 숲

빙산처럼

반짝이2 2009. 4. 8. 12:37
빙산처럼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中에서

 

빙산은 거친 바람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일정한 곳을 향하여 묵묵히 진행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든 것들은 바람의 방향을 따르지만,

빙산만은 엄청난 힘을 가진 태풍의 진로마저 거스르며

제 갈 길을 꿋꿋이 간다.

빙산은 자기 몸체의 대부분을 바다 속에 두고 있기에

바다 표면의 바람이 아니라

바다 깊은 곳을 흐르는 해류의 흐름만을 따른다.

 

나도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게 고뇌한다고

내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 말 하고 싶은 거지

알아

힘들지

널 믿고 사랑해

하지만 빠른 변화 속에 우리 다시 물어야 해

 

내 삶의 큰 부분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내 삶의 자리가 어디쯤 흘러와 있는가

나 무엇의 힘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진정 내 몸과 생활의 중심부를

저 깊은 심연에, 밑바닥 현장에 뿌리 박고 있는가

 

폭풍을 거슬러 바다 깊숙한 흐름만을 따르는

빙산처럼!

지금 나는 시대의 진실한 흐름만을 따라

하루하루 꿋꿋이 진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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