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꽃보다사람-가져온좋은글

스승의 날, 대장간에서 퍼온 편지

반짝이2 2009. 5. 15. 23:43


5월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참 좋은 날이 많다. 어린이 날 하루만 어린이를, 어버이 날 하루만 어버이를 위해드리자고 정한 날은 아닐 터이지만 사실상 그 날 하루만 요란 법석 떨고 지나가기 일쑤였지 않았나하고 늘 아쉬웠다. 거기에 오늘은 스무 여덟 번째 스승의 날이다.


나 역시 1965년에 고흥반도 저 남쪽 끝 섬마을 선생으로 첫 발을 내디뎌,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파면 투옥되기 까지, 이 가난한 가슴에 꽃을 달거나 감사편지를 받거나 심지어 선물도 받는 등 호사를 누려왔다. 이 과분한 호사는 현직교사일때나 죄수가 되어 투옥생활을 할때나 퇴직한 거리의 교사 일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는데 그러면 나는 누구의 가슴에 어떤 꽃을 달아 위로해 드리고 작은 성의의 자리하나 마련한 적이 있었던가. 그 무엇보다도 스승이란 이름 값이나 제대로 하고 살았던가. 


'민족민주스승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소담한 스승의 날 잔치를 여덟 해 동안 해왔지만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한 일에 슬며시 한 몫 끼어들었을 따름이었다.


간밤엔 둘째아들에게 일러 잊지 못할  나의 옛 스승을 찾아뵈라고 일렀다. 가장 밝은 꽃바구니 하나 큼지막하게 만들어 가라했다. 아흔이 다 되신 나이신데도 나를 기억하고 나를 찾으시는 분이다. 작년,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이라는 억지속에 옥살이를 할때도 내 오랜 친구에게 "종렬이는 어찌 됐느냐? 언제 나오느냐?"며 내 걱정을 하셨단다.


하지만 나는 진작에 찾아 뵈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게으름 피고있다. 오늘 '민족민주스승의 날' 잔치 때문에 귀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참 제 멋대로 편리한 사람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못됐다.


스승의 날이 생기고 스무 여덟 해 동안 받은 호사를 되갚아야 할텐데... 오늘은 나를 몹시 참회하게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