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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여, 괴물이 되렴” 비비디바비디부~

반짝이2 2009. 3. 20. 12:38
“공교육이여, 괴물이 되렴” 비비디바비디부~
[비평] 조선일보 ‘학교가 사교육 이길 수 있다’ 시리즈
2009년 03월 19일 (목) 19:02:56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죽어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사교육의 기능을 흡수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공교육의 전국적 사교육화’는 종국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조선일보가 지난 2월부터 ‘성공한 공교육 현장’을 소개하는 ‘연중기획-학교가 사교육 이길 수 있다’ 시리즈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기획 의도에 대해 “학교가 학원을 이기는 성공담이 누적되면 공교육도 부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3월 19일자 8면  
 
과연 그럴까? 조선일보는 과천, 논산, 강화도 등에 위치한 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며 ‘교사, 학부모, 학생의 노력으로 일궈낸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추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감동의 스토리’란 결국 공교육이 사교육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3월 6일에 보도된 강화도 삼량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3월 6일자 8면 <교사들, 학원 심야투어하며 “학교수업 바꾸자”>에서, 변두리 학교였으나 방과후 교실, 주말특별수업, 밤 10시까지 자율학습 등을 실시해 2009년 4년제 대학입학수준이 강화도 일반계 고교 중에 가장 높았던 강화도 삼량고 사례를 내보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봄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함께 밤 11시에 일산의 한 대형학원을 찾아가 “우리도 분발하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후 학교는 수준별 영어·수학 수업, 밤 10시까지 교사와 학생들의 일대일 수업, 주말 주요과목 특별수업 등등이 실시됐다. 이 학교의 교사는 “학과 공부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과 나는 지역 노인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인성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데 도와줄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학교이고, 무슨 교사인가”라며 “우리 학교 30여명의 선생님 중 절반 이상이 매일 밤늦게까지 교실과 교무실을 지켰다”고 말했다.

교사의 말대로 이같은 노력은 결국 ‘대학 합격’을 위한 것이었다. 71명의 올해 졸업생 중 취업자 8명을 제외한 63명 전원이 대학에 진학했으며 22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 사례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이라고 평했다.

오늘자(19일) 지면에서는 ‘교사도 배우고 학생도 가르치는 국어수업’ ‘미스터 구와 함께하는 직독직해 영어’ ‘숨통 트이는 체육’ 등 교사가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워 학생의 선택을 받고 있는 충남 논산시 연무고의 사례가 보도됐다.(8면 <학생에 수업 선택권…교사들 ‘튀는 강의’ 경쟁>)

의무만 존재하고, 선택권은 없었던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부여되고, 이들의 시각에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하니 이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학원 광고 문구를 연상시키는 이 사례 역시 공교육의 사교육화에 불과하다. 별로 재미없었던 입시교육이 교사의 분발로 학원처럼 학생의 눈을 끌려 노력하는 입시교육이 됐을 뿐이다.

역시 노력의 종점에는 ‘대학 진학’이 있다. 제도 실시 후 학교는 대학진학률이 95%가 넘게 됐으며 작년에는 서울대 4명을 포함해 서울지역 대학에만 175명 중 56명이 입학했다고 한다. 이 학교의 권선옥 교장은 “처음엔 교원 평가 아니냐, 학원방식이다 등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학생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자는 데 동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고한 입시교육의 현실을 인정하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사교육화를 선택한 것이다.
    
대학입시를 위해 학생들과 아침에 한 시간, 수업후 방과후 교실에서 2시간씩 매일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며 밤 10시 야간자습까지 챙겼다는 과천 중앙고 강용수 교사의 소식은 앞의 두 사례에 비하면 사교육화의 정도가 덜하다.(2월 25일자 2,8면 <“내 제자를 학원에 보낼 순 없었어요”>) 한 학부모는 “학원은 입시 때가 가까워지면 특별지도라는 명목으로 200만원도 더 든다는데, 우린 방과 후 수업비로 한달에 3만~5만원만 학교에 내면 끝이었죠”라고 했다고 한다.

공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방학도, 주말도 반납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저렴한 학비로 학교가 나서서 대신 사교육을 해주니 학부모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교육의 변화를 위해 사교육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공교육의 본질이 과연 ‘무한경쟁으로의 동참’인가? 스스로 괴물이 될 작정인가? 단위 학교 내의 사교육화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이같은 현상이 확산된다면, 공교육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게 되진 않을까.

학교가 직접 나서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교육을 대신 해준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어들지도 의문이다. 대학입시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다. 1점이라도 더 맞기 위해서는 언제나 ‘플러스 알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교육은 전혀 수그러들지도 않을 것이고, 학생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공교육은 공교육다워질 때 살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모든 교육을 오로지 입시교육으로만 몰아세우는 학벌 기득권의 서열 구조를 해체해야만 공교육이 공교육다워질 수 있다. 문제는 기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