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세상밖으로-기사스크랩

암흑 천지에서 하루를 보내셨을 당신께

반짝이2 2009. 8. 4. 14:08

오늘 오전부터 특공대가 도장공장과 연결되어 있는 차체공장으로 투입되기 사작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가족대책위와 민주노동당의 천막도 철거당했다고 하는군요.

이정희의원은 연행되고 곽정숙의원은 경찰들에게 맞았다고 합니다.

참말로, 무더운 여름입니다......

 

[편지]암흑천지에서 하루를 보내셨을 당신께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지회 가족대책위 김은영
 
<전기가 끊어진 쌍용자동차에서 농성중인 노동자가 촛불에 의지해 책을 보고 있다 >
'마음의 양식'

열흘넘게 주먹밥으로 때운 끼니 무뎌진 입맛에 끊어진 전기에도 작은촛불을 켜고 마음의 양식을 채운다.ⓒ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암흑천지에서 하루를 보내셨을 당신께

지난 30일 노사의 협상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명동성당을 향하던 차 안에서 들었습니다.

낯설고 차가운 명동성당 앞 길바닥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새우잠을 자면서도 내일 아침엔 협상이 타결되어 당신과 만날 수 있겠구나 부푼 기대를 했었고 다음 날 아침 추기경님을 뵈었을 때만 해도 이런 행운이 왔다는 건 좋은 징조다, 좋은 소식이 분명 있겠구나 싶어 평택으로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었지요.

그 때 당신과 주고받았던 문자내용은 곧 우리가 만날 사람처럼 '짐 잘 챙겨 나오시라'. '그럼 당신이 정문 앞으로 마중 나와라'하며 희망 가득한 내용이었는데 계속 이어지는 협상의 모습을 보고 '아 이번에도 역시', '아니야 이번 만은 아닐거야'라는 두 생각이 제 머릿속을 어지럽혔습니다.

어제 아침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늘 그래 왔듯 공동관리인은 막판에 또 다시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놓고는 협상 결렬의 모든 책임이 노조에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젠 공권력 투입과 파산 밖에 안 남았다. 이 모든 것이 노조의 탓이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선 채 팔짱끼고 지켜보고 있네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부인

"암흑천지에서 하루를 보내셨을 당신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구로대책위 김은영씨.ⓒ 민중의소리

도장공장안의 도료가 굳기 때문에 회사를 아끼는 마음으로 정전만은 할 수 없다던 그들은 급기야 어제 낮 12시경 당신이 계신 도장공장을 암측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시간 나면 틈틈이 나누었던 문자와 전화통화도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연락만 하자는 당신과의 마지막 통화가 왜 그리도 슬프던지...

그 동안의 긍정의 힘으로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생각으로 73일을 보냈는데 이젠 정말 맥이 풀립니다. 늑대에게 매번 속는 양치기 소년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물도 음식도 의약품도 이젠 전기마저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지내실지 사실 저도 짐작하기 어렵네요. 그 어려움은 짐작만 할 뿐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통이기에 조금만 참고 견뎌 달라 부탁하기도 염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그 고통 속에서 악만 남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매 시간 제발, 제발을 입에 달고 삽니다.

오늘 밤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걱정스럽지만 별일 없을 거라 믿고 싶네요.

내일이면 무사히 당신을 만날 것을 우리 가족 간절히 바라며 그 곳에 계신 모든 분들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드린다고 전해 주세요.

2009년 8월 2일
남편의 무사귀가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가.
·기사입력 : 2009-08-03 15:24:49 ·최종업데이트 : 2009-08-03 16: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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