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꽃보다사람-가져온좋은글

다시 읽어보는 굴뚝편지

반짝이2 2009. 8. 8. 12:39

사랑하는 내 아이 예진이, 시현이에게

예진아, 시현아 아빠가 왜 이곳 높은 굴뚝에 올라와 있는지 아니?
아빠는 너희들에게 당당한 아빠로 기억되길 바란다.


여기 쌍용자동차에 다니던 아저씨들은 열심히 일만 했는데 갑자기 회사가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집에가래!
아저씨들이 회사에 다녀 돈을 벌어야 밥도 먹고 너희들 학원도 보내고
집도 사는데 말야. 아저씨들이 회사를 다니지 못하면 이 모두를 할 수 없게되고 생활이 어려워 진단다.

 

그리고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사회가 되었단다.

그래서 아빠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운데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곳 굴뚝에 올라와 있는거야. 그냥 앉아서 얘기해도 듣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전혀 말을 듣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잘 알듯이 이 세상은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똑 같이 일을 하는데도 차별이 있다.

너희는 지금 잘 모르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이 나눠서 똑 같은 일을 해도 차별 받는 전혀 평등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단다.

 

그래서 아빠와 여기 같이 올라와 있는 아저씨들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교과서나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배운데로 바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 하기 위해 올라온거야

예진아! 시현아!
아빠는 너희가 커서 사회인이 될때에는 지금처럼 열심히 일했는데도 아무 잘못없이 가난하게 사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또 같이 일했는데 차별 받는 세상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서로가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고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나눠주고 서로 차별 없이 행복한 세상.
사람들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을 너희에게 물려주고 싶다.
아빠는 말로만 너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행동으로 너희에게 보여 주려고 한다.

 

아빠는 이곳에서 불편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
같이 올라온 아저씨들이 잘 도와주며 밑에서도 많은 아저씨들이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다.

 

이 세상은 누구 혼자 바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빠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이 행동(실천)을 해야 이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는 거란다.

아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엄마말씀 잘 듣고 있어

아빠 여기서 승리해서 내려갈께.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예진이 시현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  굴뚝에서...

 

이 글을 쓰신 분은 쌍용자동차 정비지회 김봉민 부지부장입니다. 

진압은 끝나고, 누구는 섣불리 화해를 입에 올리는 지금,

그들이 왜 굴뚝으로 올라갔는지, 왜 77일이나 안에서 사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족품을 떠나 

굴뚝으로 올라갔던 그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히였습니다.

 

"죽이겠다"고 협박해서 얻은 노사대타협 - 어쩌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전쟁터 아닌 전쟁터에 아빠를 보내고 눈물 흘리는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