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시인의 숲

혼자 먹는 밥

반짝이2 2009. 8. 29. 23:45

 

 

 

  

               혼자 먹는 밥

 

 

                                                  오인태

 

 

찬밥 한 덩어리도
뻘건 희망 한 조각씩
척척 걸쳐 뜨겁게
나눠먹던 때가 있었다

 

채 채워지기도 전에
짐짓 부른 체 서로 먼저
숟가락을 양보하며
남의 입에 들어가는 밥에
내 배가 불러지며
힘이 솟던 때가 있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나눌 희망도, 서로

힘 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혼자 밥먹는 세상

 

밥맛 없다
참, 살맛 없다

 

                           -시집 『혼자 먹는 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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