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학교는 죽었다

[펌글]교원평가제에 대한 불량 학부모의 생각

반짝이2 2009. 12. 2. 16:22

교원평가제에 대한 불량 학부모의 생각

Posted at 2009/12/02 11:42// Posted in 생활 속 정치 Posted by 고향바다
 
 
불량 학부모와 엄벙덤벙 초등학생의 일상

밖에서 일을 하고, 게다가 예술단체에서 일을 하다보니 엄마로서 단 하나 뿐인 아들을 잘 챙겨주지 못합니다. 아들도 머슴애라 전날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 학교 갈 시간 돼서야,
"엄마, 나 패트병에 흙 담아가야 하는데,"
"깜빡했다. 선생님이 이거 싸인 받아오랬는데. 근데, 꼼꼼히 읽어보랬어."
"맞아, 나 교통카드 어제 250원 남아서, 충전해야 돼. 3천원 될 때 미리 말하기로 했는데. 자꾸 까먹네."
때론, 불성실한 엄마도 아들에게 지청구를 듣습니다.


"엄마, 내가 어제 내일 체육 있다고 말했잖아. 그걸 빨면 어떻게 하는데?"
"또 깜빡했지? 바느질 상자, 엄마가 올 때 사가지고 오기로 했잖아."
"알았어, 오늘은 봐 줄게. 대신 엄마 잘못이니까 엄마가 책 정리 좀 해주지?"
이러고 산답니다.


아이에게 지청구를 듣고나면,
"그래, 오늘은 꼭 신주머니 새로 사가지고 들어가야지."
하고 출근을 해서는 저녁 일정이 늦어지는 까닭에 다음 날 아침에는 또,
"엄마가 진짜 미안해. 오늘은 꼭 안 잊어버리고 신주머니 사올게? 에이 봐주고, 뽀뽀 한 번 해줘라."
하고 학교를 보냅니다. 그런 날은 전화가 옵니다.


"여,제군 오랜만이야. 난 산이라고해."
"(목소리를 쫙 깔고)여보~~~~~~세요?"
"지금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습니다. 당신 아들을 찾아가시려면,..."
으로 시작되는 전화지요. 아마도 어르신들이 전화 통화를 듣는다면 '콩가루네'하고 혀를 끌끌 차실 겁니다. 이런 형편이니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열풍이라든지, 최근 강조되는 학업경쟁력 바람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어르신들 걱정, 세상의 염려를 사도 마땅한 불량 학부모 입니다.


학교 가기를 무서워 하는 아이

그렇다고 속까지 편한 학부모는 아닙니다. 아이는 잘 노는 게 중요하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과, 그래도 학교 공부가 자신감을 결정하는데, 공부도 좀 할 줄 알고, 발표 같은 것도 좀 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이 늘 속내에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체벌을 자주 하시던 분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나고부터 학교를 끔찍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침마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도 몇 차례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꾀병'이라 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때면 실제로 몸이 통증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3학년 한 학년을 다니는 동안 결석일이 한 달도 넘었습니다. 지금 그 선생님은 퇴임을 하셨지만, 체벌 문제로 학교에서 몇 차례 문제가 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아이가 견디고 학교를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시험이니 성적이니 하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그 사이 아이는 엄벙덤벙 학교를 다니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학교와 친해지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면 아이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떠오르고, 또 자연스럽게 '교원평가제'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아이들과 전투를 벌이는 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교사 6년차 후배를 만났습니다. 교육에 열정을 가진 친구고, 아이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진 '열혈 교사'입니다. 일찍 사춘기가 오는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같은 학교 옆 반 담임선생님이 버릇없이 대드는 학생들을 야단치다가, "선생님이 저희를 때리시면, 저희도 선생님을 때릴 거예요." 하며 네 명의 아이들이 덤벼드는 바람에 곤욕을 치룬 일도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을 몇 개씩 다니기 때문에 학교를 특별히 생각지 않는 경향, 아이들 눈에 학교 선생님도 가르치는 일을 '기술' 담당자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 학원수업에 지장을 주는 숙제 등 방과 후 지도를 할 경우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니 교사도 수업시간에 한정된 지도에 머무르게 된다는 겁니다  

수업 외에 행정업무도 만만치 않을 것은 아이 편에 오는 가정통신문만 보아도 짐작이 됩니다. 행정지침 하나 마련하고 시행하고 보고하는 것이 모두 일일텐데, 일주일에 서너장 씩 통신문이 나오니 그 업무 처리도 일이 많을 겝니다. 허니 한 반 25명 30명 아이들의 인격, 품성, 사생활까지 살펴서 아이들로부터 '권위와 존경'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상상이 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

 

부실한 학부모의 의견도 물어주는 담임 선생님

아이들의 온라인 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에서, 아이의 인터넷 중독 지수가 위험군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를 받은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내가 워낙 솔직해서 그래. 다른 아이들은 나 보다 더하는데 시간을 막 줄여서 쓴다. 엄마, 오석재 알지? 걔는 완전히 뻥으로 엄청나게 줄여서 썼어."했습니다만 맘에 걸렸습니다.


그 다음날 담임선생님께서 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가정에서 신경을 좀 서달라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상담' 프로그램이 월요일 수업 후에 있다는 것, 비용도 들지 않고, 아이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니니 아이가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하고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또, 아이가 다니는 공부방 일정에 무리가 되지는 않겠는지, 어머님의 생각은 어떤지 차근차근 의논을 해주셨습니다.

가정 통신문 한 장으로도 될 이야기를 통화로 직접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전화는 5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후로 선생님과 문자로, 전화로 편케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하는 교원평가제

교사인 후배와 이야기를 하면서, 공교육이란게 기술, 효율성, 시험점수로 오고가는 앙상한 틀이라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열혈교사'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긴장관계가 만들어지는 데, 그 환경을 생각지 않고 부모의 입장에서 '교원 평가'를 생각했던 제 생각을 검토해봤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나처럼 띄엄띄엄한 학부모가 교사의 면모를 보는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와 같은 학부모에게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특정 교사의 특별한 노력을 만날 때가 아니면 그 교사의 여러면을 볼 기회는 적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반면 학교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부모나 아이의 학교 생활이 적극적이어서 아이를 통해 교실교육의 면면을 잘 들여다 볼 기회가 있는 부모,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부모 입장에서라야 '교원평가'에 주도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움과 가르침의 가치를 존중 할 수 있는 사회가 우선

교육이 발전한다는 것은 교육으로 품는 품이 넓어지고, 기회의 불평등이 도드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배우고 가르치는 것의 미덕을 제대로 세우고 존중하지 못하면서, 일부 층의 입장과 주도로 '교원평가'를 해서는 곤란합니다. 정부가 하려는 교원평가가 안고 있는 위험은 앙상한 교사와 학생 아이의 관계를 더욱 삭막하게 할 것입니다.

현재의 평가 기준대로라면 이미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아이들의 학업 경쟁력이 높은 사회 주도층의 입장대로 교원평가가 이뤄질 공산이 큽니다. 오히려 공교육 의존도가 높은 층이나, 저와 같은 띄엄띄엄한 학부모, 아이의 품성과 인격을 고려해서 지도하려는 교사의 뜻은 반영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 학부모와 선생님이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맺으려면 선생님 개인의 대단하고 특출난 노력을 요구합니다. 물론 지금도 아이 3학년 때를 생각하면 '자질 없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 생각에 머리가 섭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학부모에게는 여전히 학교 교육이 공교육답게 자리를 잡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교사의 가르침을 아이들이 존중할 수 있는 환경, 교사가 일방적 방침에 따라 교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개성과 성품을 돌볼 수 있는 환경, 학부모가 '자기 자식' 성공이 높은 점수에 달렸다는 이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먼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교조'와 같은 교사들의 자치 단체를 경쟁상대로 삼고 그들의 의견과 주장을 무너뜨리는 걸 최대의 과제로 삼는 좁은 소견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기에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