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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과 '루저교사' 중 누가 더 잘 가르칠까?

반짝이2 2010. 1. 25. 00:08

이글은 오마이뉴스 "불곰의 교육돋보기"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http://blog.ohmynews.com/chamsori/258482

 

 

'꽃미남'과 '루저교사' 중 누가 더 잘 가르칠까?

 

우문우답’으로 전교조 잡으려는 히틀러식 여론선동

우문우답(愚問愚答)이란 말이 있다. 어리석은 질문엔 어리석은 대답이 나오기 십상이란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가 잘 통합하려면 질문을 제대로 던져야 한다.

도둑질을 할 것인가?, 강도질을 할 것인가? 여기에 답해서는 안 된다.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몰상식한 질문에 돈 퍼부은 교과부

 

<중앙일보> 1월 20일치 17면

 

교육현상도 마찬가지다. 키 큰 ‘꽃미남’ 교사가 잘 가르치는가?, 키 작은 ‘루저’ 교사가 잘 가르치는가? 뚱뚱이 교사와 홀쭉이 교사는 또 어떤가?, 장애인 교사와 비장애인 교사는 또 어떻고? 이런 질문에 답해서도 안 된다. 질문 자체가 몰상식한 탓이다.

 

하지만 ‘국민을 상전으로 모시겠다’면서 국민통합을 부르짖고 나선 ‘머슴’ 이명박 정부가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교과부 후원으로 열린 ‘교원 노사관계의 평가와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질문은 ‘전교조 교사가 더 잘 가르치는가, 비 전교조 교사가 더 잘 가르치는가’였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교조 교사가 수능입시교육을 잘 하는가, 비 전교조 교사가 수능 입시교육을 잘 하는가’다.

 

이 자리에서 교과부 돈 7000만원을 받고 대답을 찾아 나선 심부름꾼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공개됐다. ‘교원 노조와 학업 성취도의 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바로 그것.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의 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낮다는 게 그 뼈대다. 전교조 교사가 10% 늘면 외국어 점수가 1.3점 하락한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아무리 질문이 잘못된 연구라도 ‘보고서의 꼴’을 갖추려면 최소한 인과관계가 해명되어야 한다. 종단적 분석을 했을 때 전교조 교사가 원인이 되어 수능 성적이 낮게 되었다는 결과를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에 대한 해명이 빠진 낚시질이었다.

 

 

인과관계 무시한 낚시질 연구 보고서

 

다음은 이를 다룬 <한국일보> 1월 21일치 ‘기자의 눈’ 칼럼 내용이다.

 

“전교조 교사가 많아 성적이 낮은 건지, 성적 낮은 학교에 유독 전교조 교사들이 많이 배치돼 있는 것인지, 이런 기본적인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없었다. ‘(전교조 교사 수와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는 연구 당사자의 설명엔 말문이 막힌다. 연구 결과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한국일보> 1월 21일치 2면

 

전교조 교사들은 재테크에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서울 강남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능 성적이 높은 학교엔 전교조 교사가 적다는 얘기다. 대신 주거지가 서울 영등포, 구로, 중구 등지에 몰려있다. 그러다보니 학교도 인근지역에 배치되었을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전교조 교사는 ‘인성지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입시지도엔 약하다’는 소문도 있다. 일부 입시지도를 잘하지 못한 교사도 전교조 조합원 7만명 안에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인성지도를 할 것인가, 입시지도를 할 것인가? 이런 질문 또한 어리석은 것이다. 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인성지도와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지도를 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기에 그렇다.

 

인성지도를 하는 것이 입시지도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인성체험학습으로 학교 개혁의 모범으로 떠오른 ‘남한산초’ 교사들 대부분은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2008학년도 서울대 최고 합격자 87명을 낸 학교는 서울예고다. 이 학교는 전교조 조합원이 10명인 반면, 다른 교원단체 소속 교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교조는 논평에서 “교원단체 회원 1인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전교조가 0.11명으로 교총 0.04명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전국에서 고교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전교조 교사 비율이 높은 광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이미 뒤늦은 외침이었다. 공신력(?) 있는 정부 용역을 받은 교수들의 발표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는 교육학자가 아닌 경제학자였다. 그것도 전교조 저격수로 유명한 전직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같은 대학 같은 과였다.

 

 

어렵고 큰 것 말하면 대중을 ‘마사지’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연구진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은 <조선일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조선일보> 양아무개 기자가 쓴 기사를 보자. 06년 10월 9일치에 나온 이 기사의 제목은 “전교조 교사 적으면… 서울대 입학 많아진다?”였다.

 

그는 이 기사에서 “전교조 교사가 적은 고교의 서울대 입학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근거로 “전교조 비율이 16%인 서울 강남교육청 관내 학교의 서울대 입학자 수는 353명인 데 비해, 전교조 교사 비율이 27%로 가장 높은 남부교육청은 38명이었다”는 사실을 앞세웠다.

 

물론 이 기사를 보고 교육기자들은 많이 웃었다. 기사의 ABC도 갖추지 못한 섣부른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합법 전교조가 탄생된 때는 1999년이다. 그렇다면 전교조 조합원이 없던 그 이전엔 남부교육청 소속 학생들이 강남교육청 학생들보다 서울대를 더 많이 갔을까?

 

지방 중소도시엔 한국교총 소속 회원이 올백(100%)을 자랑하는 곳도 많다. 양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전교조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이런 학교들은 ‘서울대 입학 대박’을 내야 맞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양 기자의 보도 이후 그를 따라 배운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일제고사 결과와 서울대 입학률 등의 통계 수치가 나올 때마다 전교조를 들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기자들이 대부분 ‘조중동’ 기자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통합을 내세운 정부까지 나랏돈으로 이런 해괴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거짓선동의 기본은 ‘데이터 마사지’다.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갖고 장난을 치면 많은 이들을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들은 어리석은 질문과 답변으로 대중을 현혹한다. 히틀러는 ‘어렵고 큰 것을 말할수록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했다. 잘못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집권세력이 한번쯤 되새겼을만한 발언이 아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