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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우리가 mbc를 지켜야 하는 까닭

반짝이2 2010. 4. 22. 16:14

'PD수첩' 빛나는 저널리즘의 별
최승호와 검찰 그리고 우리가 MBC를 지켜야 하는 까닭
2010년 04월 21일 (수) 03:07:33 완군 / 미디북스 에디터 ssamwan@gmail.com

2005년, 방송사의 존폐까지 염려되며 MBC가 마지막 한 점으로 몰렸던 때가 있었다. 더는 디딜 곳도 없던 그 찰나의 한 점을 발판으로 <PD수첩>은 희대의 뒤집기를 해냈다. 2005년 12월 15일 <PD수첩> 황우석 편은 가장 아찔한 방송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시대를 정직하게 목격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행위일수 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했다.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들은 아무도 환영하지 않았지만, 기어이 황우석 사태의 전모를 까발렸다. 매력적이었다. 대한민국 공적 영토에도 이런 창이 있구나 싶었다. 그날 밤, 모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더랬다.  

 

"신화는 파기되었다. 실로 대단한 밤이었다. 모든 것이 뒤 집어졌고, 아무것도 알 수 없어졌다."

   
 

▲ MBC PD수첩 '법의 날 특집' <검사와 스폰서>

 

 

어제 밤의 전율도 가히 그 때 못지않았다. 물론, 2005년의 MBC와 지금의 MBC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진 않다. 하지만 오늘의 MBC가 그 때와는 또 전혀 다른 좌표 위에 있더라도 그 때처럼 마지막 한 점에 몰려있다는 점은 닮아있기도 하다. 돌이켜 보건데, 2005년에 MBC를 휘감았던 위기는 오늘의 MBC에 비하면 참 소박하고 단순한 것이다. 당시의 위기는 '팩트'의 진위 여부를 판가름해내는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타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때와는 비할 바 없이 복잡하다. 저열하지만 집요하고 무자비하다. 

 

지금 MBC에 닥친 위기는 언제든 마지막 한 점을 발판 삼아 진실을 지렛대로 사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바로 그 실력 때문이다. 마지막 한 점에 몰리더라도 시대를 정직하게 목격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저널리즘의 존재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정권의 의도가 위기의 본질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아니 염려됐다. <PD수첩>을 보는 내내 '과연, 이 프로그램이 MBC의 현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견적이 안 나왔다. 아시다시피 방송장악이란 것이 촌티 나게 방송국을 총칼로 접수하며 유별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뉴스의 아이템에서 특정인의 드나듦이 잦아지고, 시사 교양이 점차 묽어지고, 전체적으론 뭔가 석연치 않은 편성이지만 딱 꼬집어 말하긴 힘들게 그렇게 물에 술 탄 듯, 타도 안 탄 듯 스멀스멀 이뤄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3년, 으레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게 됐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그걸 진즉에 깨닫고 알아서 아니면 본인은 그러하지 않지만 데스크가 그러하단 핑계를 대며 적응했다. 언론 밥을 오래 먹으면 기질적으로 날카로워지고 타협하려 들지 않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소린 이미 자다가 봉창 맞을 소리가 됐다. 길들여진다.
 
그래서 대개의 언론들은 '법의 날' 특집이란 타이틀을 달 것이면, <PD수첩>마냥 기사를 쓰지도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않는다. 정권에 맞춤하게 간다. 서민과 약자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검사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한 3일 쯤 쫓아 다닌다. 법을 향해 날 세워 따져 묻기 보다는 이렇게 사법정의가 구현되고 있기도 하다고 편하게 간다. 검찰 조직을 휘청거리게 찔러 버리는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어떤 악질적인 언론이라면 법치주의란 이토록 따뜻하기도 한 것이라고 대놓고 아름다운 감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은 아니다. <PD수첩>이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어느 PD는 다른 언론인들도 모르지 않았을 단서에 대책 없이 인생을 건다. 현직 지검장에게, 대검 감찰부장에게 탐사, 심층, 기획 보도의 한 자락을 깐다. 목격했으니 피할 수 없다는 것일까, 정말 대책 없어 보이는 이 정직함이 불편한 것은 누구인가? 나와 당신 우리 모두 인가 아니면 어떤 썩은 권력들인가? 참으로 대책 없는 질문이다.

 

어제 <PD수첩>을 보며 이 대책 없음에 그야말로 감격스러웠다. 이 대책 없음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언론 민주화의 빛나는 한 성취로 감탄스러운 것이다. 그 PD의 이름은 최승호이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PD수첩>이다. 그 방송사의 이름이 바로 MBC이다.

   
 

▲ MBC PD수첩 '법의 날 특집' 검사와 스폰서의 최승호 PD

 

 

더이상 어제 <PD수첩>의 내용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않겠다. 목불인견, 행여나 못 보신 분들은 '다시보기'로 함 돌려보시라. 혈압이 적당히 상승되면서 정신 건강에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 토호와 검찰의 관계가 영화보다 훨씬 생생한 광경이기에 영화감독들이 모르는 것은 '맥주 맛' 뿐만 아니라 '현실 감'일지도 모른다. 2005년 그 때처럼, 이 한 편의 <PD수첩>이 또 많은 것을 뒤집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트위터리안은 이렇게 썼다. 우리가 MBC를 지키는 까닭이 이것이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