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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줄세우기식 일제고사 치르지 않겠다”

반짝이2 2009. 4. 13. 14:22
경향과의 만남
 
“경기도, 줄세우기식 일제고사 치르지 않겠다”
“경기도, 줄세우기식 일제고사 치르지 않겠다”
 대담/ 김종훈 전국부장
정리 | 경태영·임아영기자 kyeong@kyunghyang.com
 
ㆍ경기도 교육감 당선자 김상곤 한신대교수
ㆍ“학부모·학생도 ‘교원 평가’ 참여, 부적격 교사 조치”
ㆍ“수월성교육은 ‘방과후 학교’ 획기적 개선으로 보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59·한신대 교수)는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파악, 학습 부진층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러, 일등부터 꼴찌까지 서열화하는 것은 안 된다”며 “줄세우기식 획일적 일제고사는 앞으로 경기도 내에서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경쟁 및 수월성 중심의 현 정부(MB) 교육정책에 대해 “시장주의적인 교육으로 요약된다. 무한경쟁의 특권교육은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므로 바꿔야 한다”면서 대안으로 ‘진정한 교육자치 실현’을 내세웠다. 그는 또 임기 내에 다면·다층적 교원평가, 혁신학교 시범운영 등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급당 25명, 학년당 5개학급 규모의 혁신학교를 임기내 시범 운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 박재찬기자>


그는 짧은 임기를 의식한 듯 “(선거기간의 공약을) 1년2개월 내에 다 이룬다는 것은 ‘사기’다. 민주주의 가치교육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며 “도민·학부모들로 하여금 ‘김상곤이 진정성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년2개월 뒤 제가 심판을 받을지, MB식 교육이 심판 받을지는 지켜봐달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김 당선자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이뤄졌다.

-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서 지식과 교육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서 채우고 있습니다. 사교육이 학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영어·수학 등) 핵심과목을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나머지(인성에 필요한 교과목들)는 ‘변두리 과목화’됐습니다.”

- 학교 교육이 수월성 일변도로 변질됐다는 설명으로 들립니다. 수월성 교육을 배제한 채 차별 없는 인성교육 구현이 가능합니까.

“경쟁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것이 오히려 평균적인 교육의 질을 낮춥니다. 대입 학생 선발이 수월성·영재성·우월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특히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이 무력화되면 초·중·고교 교육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학생들이 지식과 함께 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공교육이 그 일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공교육 중심의 경기도 교육개발 프로젝트를 기획,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겠습니다.”

-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겠다는 이야깁니까.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교육환경도 개선하고, 교사의 질도 높여야 합니다. 우선 교사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부적격 교사는 엄격하게 조치하겠습니다.”

-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기존 교사평가는 산술적인 평가이자 교장 중심의 평가였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곤란합니다. 다면·다층적 방식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교장·교감은 물론 학부모, 학생까지 평가자 그룹에 포함시킬 것입니다.”

- 선거기간에 당선자는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의 교실을 도입·운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학교현장은 학생도, 교사도 학교에 애착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매달리고, 교사는 점차 직업인으로서의 교사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 간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되는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학교현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25명, 학년당 5개 학급 내외의 소규모 학교로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한 교실환경을 말합니다. 그것이 ‘대안 공립학교 모델’이 될 것입니다. 우선 농어촌, 접경지역 과소학급을 통합 운영하고 도심에서 시범학교를 설립, 운영할 계획입니다.”

- 재정적으로 가능한 이야긴가요.

“혁신학교 1개교를 짓는데 200억~3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지자체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주민과 학교는 설득할 생각입니다. 농촌지역은 더 저렴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시범학교를 개교,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방과후 학교’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월성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만 고집하면 공교육은 지금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이 협동성이라든가, 시민성을 기르면서 지식도 익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할 계획입니다. 의례적인 학습과정이 아닌 양심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양과정과 수월성 보충 과정을 동시에 담을 계획입니다.”

-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방과후 학교에서 탈피, 교양 및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깁니까.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시민으로서의 양식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방과후 학교 운영은 누가 합니까.

“외부 우수 강사진을 영입할 계획이지만 학원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도록 하지는 않겠습니다. 가급적 학교 선생님들이 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선생님들이 잡무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교무행정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뽑아, 단계적으로 학교 현장에 배치하겠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과정은 학생들의 인성형성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우선적으로 배치해, 선생님들이 학생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도록 하겠습니다.”

- 온라인 학습 시스템 구축도 약속하셨는데 어떤 개념입니까.

“대학도 영상시설을 이용, 강의를 녹화해 학생들이 이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몇 개의 학교를 하나로 묶어, 개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자료를 공유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학교 선생님과 능력 있는 학교 밖 전문가들을 모두 동원할 생각입니다. 다만 학원강의를 지원할 계획은 없습니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입니다.”

- 지난해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는.

“상하이 임시정부 법통을 이어받고 4·19 정신을 계승했다는 헌법정신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한 정신 안에서 역사에 대한 해석, 가르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그 생각을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습니까.

“교과서 선정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즉 정부는 개입하면서 정작 교육청은 배제돼 있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교과부가 일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학교 현장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교육자치 본래 의미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일선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어떻게 역사를 해석하고 접근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적극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 선거기간 당선자는 일제고사에 반대했습니다.

“획일적인 일제고사를 강압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봅니다. 전수조사를 통해 일등부터 꼴찌까지 서열화하는 건 안 됩니다. 평가결과를 교장, 교감, 교사 근무평정에 반영하겠다는 것도 안 됩니다. 나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표집방식으로 학생들의 학력수준 파악을 위한 학업성취도 시험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 우리나라 교육문제 가운데 하나가 학력의 대물림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더 좋은 교육을 받아 학력마저 세습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선자는 차별 없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자녀 등 소외계층 자녀가 방과후 학교에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들이 공부방과 공립 유치원에 맘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언어·문화 등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공교육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초등학교 전체 학생 및 저소득 중·고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하겠습니다.”

- 교육청을 현장 지원조직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운영할 생각입니까.

“구체적인 조직변화에 대한 그림은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교육청을 현장교육을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해나가는 시스템 일부가 바뀔 것입니다. 그렇다고 큰 틀은 바꾸지 않겠습니다.”

- 학교폭력, 왕따문제가 심각합니다.

“사회적인 가치가 예전과 달리 개인주의화·집단이기주의화하면서 빚어지는 일입니다. 가슴이 말라버린 교육 때문입니다. 도덕·윤리 등 기본적 교육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또 도내 모든 초·중·고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하겠습니다.”

- 당선자는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는 현 수준에서 유지·동결하는 등 특목고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가 2011년 설립을 목표로 사전협의를 마친 동탄 국제고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직 결정난 상태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 당선자는 반 MB 교육기치를 내걸고 당선됐습니다. 반 MB 교육의 핵심은 뭡니까.

“교육자치의 실현입니다. 교육이 살고, 국민 행복도를 높이려면…. 국민 개개인 모두가 교육자치의 중심(中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광장에서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교육자치 공간에서 국민들이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학부모·학생·교사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고 ‘경기도 교육이 참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대담/ 김종훈 전국부장>
<정리 | 경태영·임아영기자 kye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