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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부모 마음을 퍼왔습니다.

반짝이2 2009. 4. 3. 13:15

하루 종일 정말 많이 힘들도 슬펐다

아니, 요 며칠 사이 그런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이 시간에도 여전히 그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가슴 한 켠에서 계속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일제고사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몇 차례에 걸친 가족회의를 하고

일제고사를 보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담임 선생님이 곤란해 하실까봐,

교무실에 불려갈까봐, 친구들이 수근거릴까봐...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선뜻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결심이 선다면 뜻있는 선생님들이 지켜주실 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들이 함께 하니까 조금만 용기를 내자'고 설득해서

결국 아이들이 어렵게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는데...

 

중학교 2학년 큰 애의 담임 선생님은 전교조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결재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이를 무단결석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하기로 하고, 조용히 다녀오라고 했단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애들도 무단결석 처리가 될 모양이다

오늘, 쌍둥이 작은 아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장선생님이 체험학습은 인정하지 않기고 했어요

학년부장 선생님도 회의를 통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고요

그런데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아이의 학습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수준별 학습지도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진단평가가 필요해요

당일 날 무단결석을 하더라도 그 다음날 일제고사 평가지로 아이만 따로 진단평가를 치루게 해도 될까요?

그것이 곤란하다면 다른 문제지를 만들어서 아이만 따로 진단평가를 해도 될까요?

작년 기말고사 결과를 가지고 아이의 학습정도를 알려면

전 담임한테 알아봐야 하고, 이미 창고에 들어간 시험지를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그건 더 어려운 일이에요

 

어머니는 제가 짤려도 괜찮아요?

교장 선생님이 징계를 맞아도 좋다는 말씀이세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고, 정부의 정책이니까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부딪히지 말고

물 흘러가듯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게 좋지 않겠어요?

저도 상사를 모시는 입장이잖아요

교장 선생님이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고, 부장 선생님도 그렇게 하자고 하셨는데

어떻게 제가 결재를 올리겠어요...."

 

'학원에 가서 한 학년 수준을 앞서서 공부하고, 그러고 나서 학교에 가면- 너는 과연 학교에서 행복할까,

학원에서 다 배워가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너는 어떤 지식을 배울까,

다 알고 있는 너에게 학교 선생님은 더 이상 무엇을 가르칠수 있을까,

배우는 기쁨과 앎의 환희를 학교에서 찾는 게 옳을까, 학원에서 찾는게 옳을까,

그리고 그 기쁨과 환희를 알게 해 준 사람이 학교 선생님이어야 옳을까, 학원강사님이어야 옳을까,

너에게 그런 기쁨과 환희를 알게 해 주어서 네가 존경해야 할 분이 학교 선생님이어야 옳을까,

학원강사님이어야 옳을까...

하나를 알아도 내 스스로 깨우치고, 하나를 배워도 기쁘게 배우며,

네 안에는 더 많은 것을 알고 깨칠 수 있는-아직 너도 발견하지 못한 아주 커다란 힘이 들어있으니

그것을 믿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자,

모르는 것은 선생님께 잘 모르겠다 솔직하게 대답하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네가 질문을 하면 무척 기뻐하실 거야'

그런 일념으로, 학습지를 넘보고  학원으로 향하려는 아이들의 발길을 몇번이나 돌려세웠건만

요 며칠 나는 정말 슬프고 슬퍼서 앉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

 

세상에 어떤 학부모가 자기 아이의 담임이 해직당하기를 바랄 것이며

교장 선생님이 징계를 당하기를 바라겠는가

일제고사 방식이 아니어도, 지금까지 시행해왔던 그 숱한 진단평가의 방식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일제고사 등 현 교육정책에 대한 의사표현이지 결코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곤란을 드리려는 마음이 아님을, 이렇게 본의아니게 마음고생을 시켜드려서 저도 마음이 아프다는 말씀을 간절히 드렸지만, 

선생님 목소리 앞에서 내 말은 얼마나 허허롭게 들리던지......

 

아무도 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전교조도 대책위도 현재로선 조직적으로 대응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학교와 담임과 해결하란다

난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고 아이들과 함께 이런 슬프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을까...

 

체험학습 신청서를 갖다 내는 것도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데

그런 아이들한테 다른 방법을 또 시도해 보자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

무단결석을 피하기 위해 당일, 등교했다가 조퇴를 하라니...

그 어려운 직접 행동을 담임 앞에서 하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한테 더 깊은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단 결석을 피하기 위해 병결처리로 합의해 보라니, 그러면 담임도 학교측도 부담이 덜 할 거라니,

그러면 뭣하러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마음고생을 하면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힘들게 냈을까...

그러러면 차라리 이렇게 마음고생하지 말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말고, 깨끗하게!-

당일날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고 전화 한 통화 드리는 방법을 택하지,

뭐하러 이렇게, 뭐하러 이렇게....

 

 

원문보기http://blog.naver.com/67jjkang/100064505668

 

이 부모님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전교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출처 : 일제고사! 사교육! 공교육! - 나는 교사다.
글쓴이 : 산은 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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