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쟁점-일제고사

어느 꽃잎이 1등이고 어느 들풀이 몹슬 것이랴

반짝이2 2009. 3. 31. 09:46

 

오늘, 전국의 초.중학교에서 일제히 진단평가가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 앞에도 민주노총에서 나오신 분이 1인시위를 하셨다.

이른 아침에, 교사들도 못하는 일을

너무 고맙다.

 

중학교의 아이들에게

시험이야 중간고사, 기말고사, 쪽지시험, 학원시험

이미 일상다반사라

성적에도 안 들어가는 일제고사

별로 긴장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반 1등, ** 는 역시나 약간 긴장한 눈치.

종례시간에도 영어단어장을 펼쳐놓는 **에겐

우리 학교를 넘어 전국단위로 치르는 이 시험의 성적이 중요하다.

특목고를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사험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늠이 서기 때문이리라.

 

아이들은 내가 달고 들어간 버튼과 리본이 신기한지

"쎔, 포스 짱!"

"그거, 우리한테 좋은 거 맞죠?"

아무레도 리본보다는 "막장 일제고사" 버튼이 더 좋은가 보다.

"쌤, 그거 어디서 샀어요?"

"착한 일 하나 하면 공짜로 줄 수도 있는데!"

 

시작종이 울리고

이제 드디어 1교시가 시작되었다.

 

"쌤, 오늘 시험치면 집에 일찍 가죠?"

눈이 반짝반짝하는 철없는 녀석들은

아직, 앞으로 닥칠 일들을 다는 모른다.

 

어찌 이 아이들 뿐이랴.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이런 끔찍한 "줄세우기" 계획이 자신들에게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아직은 잘 모른다. 

 

오늘 우리 대구에서는

오십여병의 아이들이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체험힉습을 떠났다.

교과부는 학생들을 무단결석처리할 뿐 아니라, 관련교사들을 중징계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오늘같은 봄날, 때아닌 나들이를 떠난 녀석들, 신이 났겠지.

 

시험지에 코 박고 있는 우리 아그들,

오늘은 이 녀석들과

꽃그늘 아래 '막장 일제고사 기념' 사진이라도 한판 박아야겠다.

파리한 형광등 불빛, 잉크 냄새 나는시험지에 갇힌

어여쁜 꽃들, 봄볕에 내놓아야겠다.

 

애들아, 정말 미안해!

꽃들에  순위를 매기는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