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꽃보다사람-가져온좋은글

무엇을 할 것인가 말 해줄 누구 없소?

반짝이2 2009. 4. 14. 22:08

지인의 블로그를 타고 우연히 한국진보연대의 상임고문이신 오종렬 선생님의 블로그를 들어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연세이신데, 블로그를 하신다니 반갑고도 놀랍다. 나같이 젊은 사람들도 컴퓨터랑 담쌓고 사는 이들이 많은데... 역시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마음의 나이는 가는 해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몇 번 강연장에서. 집회장에서 뵐때마다  말씀 하나하나가 무딘 마음을 흔들어놓곤 하셨는데.

블로그 이름도 무쇠를 담금질하는 '대장간'이다. 선생님의 힘찬 풀무질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설랜다.

http://ohjr.tistory.com/

 

대장간

풀무질/젊은 그대에게 | Posted by 오종렬 2009/04/08 19:55


 

10년 보다 더 긴 1년, 잘들 살아오셨습니다.

 

 전민항쟁으로 되찾은 직접선거권을 다섯 번째 행사한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저인 63%투표율에 48% 지지율로 이명박정부가 생겨났습니다. 전 국민의 30%지지표로 만들어진 대통령이지만 차점자와는 역대 최고인 5백 3십 만 표차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명박 대승의 일등공신을 물으면 사람마다 주저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좌파라 자칭했던 노무현을 꼽습니다. “경제 망친 노무현, 경제 살릴 이명박”이라는 외침에 “거짓말이면 어떠냐 사기꾼이라도 좋다. 불도져면 어떠냐 추진력이 최고다” 맞장구치면서 경제대통령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집권 1년 후이면 주가지수 3천, 5년 후에는 5천을 달성 하겠다” 외쳤고 청계천 신화에 취한 유권자들은 국민주권(主權) 아닌 국민주주(株主) 열풍에 들떠서 지지표로 화답하였습니다. 말 아닌 실천, 이념 아닌 실용정부로 747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경제대통령후보를 개선문 위에 올렸다 이 말입니다. 당선자는 선거사상 유례없는 득표차이로 대승한 여세를 몰아 절대권력을 쥐고 휘두르면서  불도져를 몰아댑니다.

추진력을 상징하는 불도져에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생명마저 깔아 밀어버리는 독종 괴물도 있는데, 선진화니 실용주의니 경제건설이니 국가정체성이니 하며 반드시 근사한 명분을 높이 들고 질주합니다.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 노무현에 절망한 국민대중 속으로 오른쪽 깜박이 하나만 켜고  극우회전 일방으로만 질주하는 한국적 신자유주의를 들여다봅시다.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줄이고 풀고 세우기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높은 곳에 물이 가득해야 낮은 곳으로 많이 흐른다면서요? 파이를 자꾸 키워야 먹을 게 많아진다면서요? 그러자니 1%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고, 가진 자들의 무한탐욕을 제어하는 규제들을 풀어주고, 살기위해 일어서는 사람들 머리위에 칼날 세우는 것 아닙니까?  세금감면 규제완화(철폐) 법질서확립, 무던히도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인성교육 깜박이를 켜고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를 않나, 일자리 창출 깜박이를 켜고 일터에서 쫓아내지를 않나, 선진화 깜박이를 켜고 기업사유화 하질 않나, 깜박이를 켤 때 마다 그 반대방향으로만 달리는 이 불도져는 일반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특수 기종인가 봅니다. 사교육비, 영어몰입. 경쟁일변도의 교육현장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조차 사라지게 했습니다. 날로 커가는 교육의 양극화와 사회양극화는 서로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 관계 아닙니까? 교육민주화는 사회민주화의 단초이자 그 성과라던 옛말이 아직도 유효합니까? 말 좀 들어봅시다.


전 세계를 밟고 우뚝 선 미국의 신자유주의 태산이 작은 구멍 서브프라임에서 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무너지고 있습니다. 태산 무너진 자리에서 생긴 쓰나미가 또 전 세게를 덮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게 있으니 사태 일으킨 주범 초국적자본은 멀쩡(?)한데 신자유주의의 피해자들, 애매한 민중들, 왜 이들이 매몰되어야 하는가를 말 해줄 이 누구 없습니까?

금융경제 대란을 경고했던 루비니 교수가 전 세계로 번진 대란의 해법으로 금융국유화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세계적인 금융투자(투기)의 귀재라 불리는 소로스도 규제받지 않은 금융자본의 방자함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더니 4월 들어서는 미국 은행들의 지불불능을 경고했습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금융국유화를 추진한답니다. 마침내 미국도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나타난 지 여러 달입니다. 오바마의 금융구제 정책을 가리켜 국민의 혈세 1조$ 로 쓰레기를 사들이는 짓이라고 혹평한 크루그만(노벨 경제학상, 맞아?)의 주장은 눈앞의 신자유주의를 넘어 근본을 혁파하자는 것 아닙니까? 신자유주의 반대를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의논할 누구 없습니까?


그래도 오바마는 25만$ 이상의 고소득자 증세, 저소득자 감세정책으로 물이 아래로 흐르게 하여 내수를 살립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가혹하리만큼 규제를 강화하고 경영진을 구조조정합니다. 미국 따르기에 정신없는 한국정부가 거꾸로 규제완화, 세금감면, 법질서강화로만  내달립니다. 3천을 장담하던 주가지수가 1년 동안에 1천7백에서 1천2백대로, 환율은 9백4십에서 1천5백대로, 외환보유고에 대한 단기외채의 비율은 100%에 육박하고 있어 십년 전의 악몽 재현이 걱정됩니다. OECD 1등의 생계형 자살률, 1등의 노동일수, 2등의 재정위험 수준, 이것들은 이 땅위 사람들의 삶과 무관한 그냥 통계수치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까? 남북화해의 표상이자 공존공영의 디딤돌인 개성공단을 확대발전 하기는커녕 극단의 적대관계로 치닫다 이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참 해괴한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비핵⋅개방⋅3천의 대척점에 밀려가 서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우리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4대운하는 또 왜 문제인지 말해줄 누구 없습니까?

                     

10년 전 IMF환란 때 일었던 온 나라 금모으기 대행진, 2년 전 삼성의 기름띠 재앙 때 태안반도로 달려간 120만 복구 대행진, 지난 해 미국의 소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한 연 인원 3백만의 촛불 대행진을 돌아봅시다. 이 세 가지 대행진에는 한 줄기 거대한 맥이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자발적 창의성으로 뭉친 민중의 주체의지와 그 힘 말입니다. 셋 가운데 촛불소녀들이 이끌어 시작되었던  촛불만이 이명박정부의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는데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국민주권수호 직접민주주의야말로 원초적 생존의지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눈앞에서 사라진 촛불대행진은 이제 끝나버린 것입니까?

인수위 시절에 났던 숭례문 방화, 광우병 재협상을 요구한 촛불대행진,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는 완전히 서로 다르지만 이명박정부의 실체를 극명하게 나타낸다는 점에서만은 완전 일치하지 않습니까? 참사로 희생된 세입자는 노동계급과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신자유주의 사대권력 치하에서 우리 노동자와 똑같은 신세 아닙니까?  


임시국회가 또 요동치고 있습니다. 언론은 입법전쟁의 실체를 밝히려 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일방적 지배구조를 외면한 채, 여야 국회의원 간에 쌈질만 한다며 양비론으로 몰아세웁니다. 입법전쟁은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국정원법 등 MB악법과 한미FTA비준에 민생문제를 끼워 넣고 속도전을 강행하려는 데서 생긴 것 아닙니까? 악법은 가진 자들에게 아니라 일반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에 가혹한 역기능으로 작용합니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민생의 후퇴임을 용산참사가 웅변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보듬고 일어서지 않은 정규직에게는 앞날이 없다는 말, 잘 못 했습니까? 이대로 가면 자본과 권력이 언론의 혀를 집게로 콱 찍어서 제 마음대로 끌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심한 말 아닙니까?  정부와 여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29조에 달하는 추경예산안을 상정합니다. 그 2/3가 적자 채권이고 한국의 재정악화 수준이 OECD국가중 두 번째라는데, 앞으로 4년 동안 적자채권이 90조를 넘을 거라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더구나 추경예산액이 부자감세로 인해 구멍 난 재정의 땜질에, 사회안전망 구축은 외면한 채 포클레인 굴리는 데에, 가진 자들의 돈 더 불리기에 쏟아 붓지나 않을까 걱정인데, 걱정도 팔자라고 핀잔하시렵니까? 언 발에 오줌 누기요, 한강에 돌 던지기는 정녕 아니겠지요?


국가보안법이란  하루 살기 급한 우리 노동자 농민 일반서민과는 무관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저 높은 평등의 세상을 향한 꿈을 접고 자본과 권력의 절대지배구조 안에 안주하려거든 그게 맞습니다. 제국주의에 종속된 분단국가에서, 외세 점령과 국가보안법 체제에 안주하면서, 민중해방의 꿈을 이루자는 것은 찻잔 속에서 태풍 일으키는 짓이라는 말 맞습니까? 박제된 꿈이 어떻게 창공을 날아오르느냐는 말, 이거야말로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얘기나 좀 들어봅시다.


할 일은 많은데 힘이 없어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얼마나 가야할지 알 수 없어요. 여러분!  사흘 굶으면 악발이가 되고,  이레 굶으면 기진맥진하고, 한 달 굶으면 죽습니다. 오늘 하루의 삶에 충실 합시다. 그러나 하루살이가 아닌 이상 내일을 위해 학습합시다. 개별 아닌 집단학습이라야 주관의 포로가 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쓸어내지 않고, 6.15 10.4선언을 실천하지 않고, 제국주의와 사대주의의 예속체제를 걷어내지 않고, 그리하여 자주 평등 평화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허울만 사람이지 진정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진실을 생명으로 삼읍시다. 사람을 찾아 사람을 만납시다. 천하장사도 혼자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외롭고 하잘것없어 보여도 목마른 사람들이 도처에 무수히 많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뱁니다. 흩어진 개체는 벼 한가마 들기 힘들어도 조직된 민중은 산맥을 들쳐 메고 내달리는 신비로운 힘을 갖습니다. 벌떼를 보고 개미군단을 본받읍시다. 말하기는 쉬운데 행하기는 힘듭니다,  여러분!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의논하고 함께 결행할 누구 없습니까?!


지난달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께 강의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