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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학생들과 데이트를 하자

반짝이2 2009. 4. 15. 08:16

<실화 두가지>

1. 이야기 하나(맞벌이가 면죄부일 수는 없다.)

 부부가 맞벌이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은 그 아이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늘 그 어머니를 만나면 하는 말이 ‘아이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걱정이 많겠다.’였습니다. 그럴 때 마다 그 어머니는 ‘괜찮아요. 오랜 시간 같이 있지 못하더라도 그나마 같이 있을 때 아이에게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최대한 전달해주면 괜찮을 거예요.’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녀지간에는 한달에 두 세 번 씩 꼭 반복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계속 되어온 것인데 바로 일요일만 되면 같이 손을 잡고 서점을 간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여느 가족들의 모습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아이가 고른 책과 똑같은 책을 같이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책을 들고 간식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간식을 먹으로 어머니와 아이는 같은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서로 책을 다 읽은 뒤 마주 앉아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책에 대한 느낌을 나눕니다. 물론 대화의 내용은 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아이의 일주일 동안의 학교생활 이야기도 곁들여집니다.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하는 일요일의 4-5시간이 나머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의 본의 아닌 소홀함을 다 묻어버리게 됩니다.

지금 그 아이는 아주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2. 이야기 둘(친구같은 엄마)

2002년도에 6학년을 맡으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도시나 시골일수록 부모님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 높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맡을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도시 못지않게 학원에 보내곤 합니다. 당시 제가 가르치던 6학년 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상당수가 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아이는 학원에도 한번도 다닌 적이 없었으며 학교생활에서는 늘 선생님에게 말 붙이기 좋아하고 자신감있게 지내는 아이였습니다. 특히, 어른에 대한 공경의 모습이나 봉사심은 내가 봐 왔던 학생 중에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그 학생의 집 생활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그 학생은 집에 가면 저녁 먹은 후 끊임없이 어머니와 대화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이나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쉼 없이 수다를 한다고 했습니다.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텔레비전 드라마 이야기 등 어머니와 그 학생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 어머니를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6학년 쯤 되니 아이와의 수다를 그만 줄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자기 아이에게는 그것이 필요한 것 같아 그냥 계속 수다를 떤다고 했습니다.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화와 교감의 있다는 것 입니다.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 실천 한 가지 제안> 

: 학생들과 데이트를 하자.

 굳이 ‘데이트’란 단어를 쓴 까닭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가장 충실할 때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할 때가 아닌가 싶어 그 마음처럼 학생들을 만나자는 의미에서 입니다.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에 보면 후반부에 교사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상황 설정은 이렇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시끄럽기까지 합니다. 선생님이 몇 몇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 심하게 야단을 칩니다. 바로 이 순간에 그 책의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왜 선생님이 왜 야단을 칠까?’라고 말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아이들을 교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생각되어 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지은이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야단을 치면 학생들의 행동이 교정될까요?’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백이면 거의 대부분이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습관화된 잘못된 행동과 태도를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야단과 질책이라는 수단을 사용합니다.(지금 현재 나도 물론입니다.) 야단과 질책을 통해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이 쉽게 교정된다면 교육은 진짜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 서로 피곤해집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학생들과의 데이트였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얼마 되지 않아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스스로도 자신은 선뜻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정정도 느끼는 바가 있어 오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3월에 아이들 파악이 어느 정도 되면 4월부터 매주 3-4회 씩 여름방학 전까지 반 학생들 하나 하나와 데이트를 합니다. 물론, 선생님과 단 둘이 있기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는 학생들은 같은 방향의 학생 한 명 더 해서 두 명과 데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두 명 이상은 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날 데이트하는 학생에게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3월 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선생님과의 데이트에 대해 그 의미를 이야기해 줍니다. 그런 다음 동의를 반드시 구하고 시작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일방적이게 되면 그 효과는 반감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꼭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학원입니다. 몇 몇 학생들이 꼭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그럼 학원은 어떻게 해요?’ 라고 말이다. 그럴 때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보통 25명을 순서대로 데이트할 경우 한 달 반 정도 걸립니다. 매주도 아니고 두 달 정도에 한 번 정도는 선생님의 데이트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말입니다.

 

 데이트는 학교를 마치고 청소 등의 기타 정리가 끝난 다음 진행됩니다. 코스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집까지입니다. 집으로 가면서 학생의 상황에 맞는 질문을 미리 준비합니다. 이 경우 질문은 헤어지기 전 그 학생과의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반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눕니다. 나누다 보면 자신의 성격도 이야기하고 또 자신이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 이야기도 나옵니다. (물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친구 이야기는 꼭 나오고 말입니다.) 바로 그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친구가 바로 선생님과의 약속이 됩니다.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두고 그 친구와 꼭 사귀기를 약속합니다. 한 달 반은 다음에 선생님과의 데이트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친구가 사귀고 싶어하는 그 친구는 나와 이 후에 데이트할 때 자연스럽게 반 친구에 대한 대화 속에 슬쩍 집어넣어 도움을 줍니다.)


 물론, 대화의 내용은 교실이야기 뿐은 아닙니다. 슬쩍 가정의 이야기를 던지는데 놀랍게도 학생들 대부분은 자기 집과 부모님 혹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데이트 시 무조건 대화만을 중심에 두어서는 되지 않습니다. 진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고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주변 환경 조성을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길을 걷다 오뎅 집이 있으면 같이 서서 오뎅을 사 먹기도 하기 더운 날이면 길 가에 같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배가 부르기는 하지만 분식집에 앉아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 나눌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시간은 한 40-50분 정도로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등하교 동선이나 사는 곳의 주변 환경을 덤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2-3회 진행하고 나면 학생들과 좀 더 가까워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포항이라는 지역과 이전의 작은 시골 도시와 환경적 차이가 있어 이곳에서는 어떨지 아직 확신은 할 수가 없으나 그래도 계속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작년에 2/3정도만 진행하고 제대로 다 진행하지 못해 많이 아쉽네요)


 이 활동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선생님의 말의 최대한 줄여한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교사의 말은 50%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활동의 주인공은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반 생활에 대한 교사의 고민도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놀랍게도 몇 몇 학생들의 경우 실제로 교사 자신에 대한 상담자의 자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의 행동의 변화가 좀 더 빨리 나타납니다.

출처 : 모두를 위한 교육을 꿈꾸며
글쓴이 : 원만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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