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세상의 모든 음악

노예들의 합창 - 국립오페라단 이야기

반짝이2 2009. 4. 16. 10:12

음악이야 좋아하지만

워낙에 "불러서 즐겁고 들어서 괴로운' 음치인지라

오페라단원이라 하면

무슨 하늘의 선녀마냥 나와는 동떨어진 딴나라 사람들인 줄 알았다.

 

대학 다닐 때

청바지에 낡은 티셔츠, 데모하던 학생들이 최루탄, 지랄탄에 눈물 쏟을 때,

하얀 레이스에 하늘하늘 치마 우아하게 입고 다니던 그들이,

그래서 쫌 밉기도 했던 그들이

 

이.  렇.  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그이들인들 꿈엔들 생각했으랴.

 

'국립'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국립.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조차 안되는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

"아! 구호말고 노래하고 싶다"는

손자보에 눈물이 핑 돈다.

 

사람살이, 겉만 보고 판단할 일 아님을 새삼 또 반성.

 

내 노래를 들으며 기뻐하고  슬픔을 달랠 이들을 위해

평생 노래만 하며 살고 싶었을 그들을,

바람부는 거리로 끌어낸

이 독한 신자유주의!

 

끝내는 모든 이들을 거리로 불러내리라.

이들과 손맞잡고 합께 합창해 볼 날이 어서 오기를...

(음치라고 타박주진 않겠지?)

 

 

 

오페라 〈나부꼬〉는 구약성서를 소재로

신바빌로니아를 강력한 왕국으로 다져놓은 절대군주 느부갓네살(나부코)왕의 침략으로 멸망한

유대민족의 고통과 환란, 신앙과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정신을 그린 명작이다.

특히 제3막에 등장하는 〈노예들의 합창〉은 노예로 잡혀온 유대인들이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고국 예루살렘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로,

민족의식을 자극해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을 앞당긴 힘의 원천이 되었다고까지 평가받고 있다. 

 
 
 
아래는 월간 "노동세상" 4월호에서 퍼왔습니다. 
 
 
오 내 조국, 빼앗긴 내 조국
오 가슴 속에 사무치네
운명의 여신의 하프 소리
그리운 가락을 울려다오”
 
격주 금요일 저녁 애절한 합창이 울려 퍼진다. 장소는 서울 예술의 전당 앞. 오페라 <나부코> 중 잃어버린 조국을 그리워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부르는 이들은 7년 동안 예술의 전당 안에서 노래 불렀던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이다. 그들의 뒤엔 ‘우리는 다시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히브리 노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슬픔이 있었다면 이들에겐 일터를 빼앗긴 아픔이 있다. 모두 3월31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다.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은 지난 1월8일,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한다며 구두로 42명 단원들의 해고를 통보했다. 지난해 8월에 취임해 처음 갖는 공식 면담자리였다.
조남은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장은 “합창단 해체설이 있어 지난해 11월부터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이지 않다가 처음 만나자고 해 기대를 갖고 갔는데 그 자리가 해고통보자리일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

해고통보를 받고서야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실감했다. 매년 계약하는 비정규직인 그들은 재계약을 안 하는 것으로 ‘간편하게’ 해고됐다. 받았던 봉급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 70만원. 그것도 창단한 2002년엔 6개월 동안 무보수로 일했고, 이후 몇 해에 걸쳐 30만원, 35만원, 50만으로 오르다가 2007년부터 받은 액수다. 공연할 때 받는 수당을 합해야 기껏 한 달에 100~120만원이 그들 수중에 들어오는 전부였다.
식대조차 없는 월급이 이러하니 4대보험 적용을 기대하기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작년 오페라하우스에 불이 났을 때 연습하고 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가스를 마시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데 산재 처리는커녕 화재 1주일 만에 공연을 했다.” 단원 김소영(35)씨는 보상금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7년을 노래해 온 건 정규직화에 대한 약속 때문이었다. 문대규(32) 단원은 “단원 모집 공고에 ‘상임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나와 있었고, 매년 재계약때마다 그 약속을 되풀이해 그 희망으로 7년을 버텨왔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다른 길로 간 15명을 제외한 27명이 지금 원직복직 투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