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세상밖으로-기사스크랩

촛불세대에게 바치는 승소 판결문

반짝이2 2009. 5. 6. 14:13

출처: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504170650§ion=03

 

지난 4월 30일(목) 광우병 검역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동안 정부는 광우병 검역 기준을 어긴 미국 쇠고기 작업장의 위반 사항마저 작업장의 영업 경영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그 공개를 거부했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렇게 판결했다.
 

"수입 축산물이 검역 기준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다."

"해당 작업장들이 광우병 검역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를 공개함으로써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관하여 큰 우려와 불안감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수출 검역이 더욱 적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09년 4월 30일 선고 2008구합 45030 사건 판결문)

7년 만의 승소이다. 2002년에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마늘 수입 급증으로 인한 피해 조사를 신청한 농민의 손길을 뿌리친 것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이래 처음 이겼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문은 비밀이 아니라는 판례를 얻었고, 2008년엔 광우병 위험 물질(SRM)을 한국에 수출한 카길 사 작업장 감사 보고서를 재판장의 조정을 통해 받았지만, 제대로 이긴 것은 처음이다. 외교통상 비밀주의 앞에 지고 또 지기를 7년을 거듭했지만, 나는 법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 "지난 1년간의 촛불은 제발 좋은 세상을 물려 달라는, 다음 세대들의 간절한 호소이다. 대운하와 광우병이 상징하는 '낡은 성장주의는 싫다'는 새로운 세대의 바람이 촛불로 나타난 것이다." ⓒ프레시안


나는 이 승소를 촛불 세대에게 바치고 싶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 기준을 바로잡는 정당한 소리를 외치다 연행되고 부상당하고 처벌받은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나, 몇 년 후엔 쉰 살이 되니, 나도 이미 기성세대이다. 돌아보면, 베이비붐 세대들은 부모님 세대들이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의 고통을 딛고 흘린 땀과 눈물 덕분에, 물질적으로 잘 살 수 있었다. 공교육만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했다. 이 세대들은 과거의 어떤 세대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이 대거 80세 이상의 노인으로 자리 잡을 2030년대에는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미증유의 세상이 올 텐데, 그 때 우리 아이들 세대들은 무엇으로 그 세상을 감당할까?

지난 1년간의 촛불은 제발 좋은 세상을 물려 달라는, 다음 세대들의 간절한 호소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리 많이 배운 세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도달한 지식 수준에 맞는 지식 경제를 완성해내지 못했다. 대운하와 광우병이 상징하는 토건 자본과 낡은 성장주의 프레임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실패한 세대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동산 폭등과 사교육의 질곡, 그리고 미움과 분노의 사회를 물려준 나쁜 어른이 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IMF 사태의 충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연대와 배려 없는 이기적 물적 성장을 추종한 결과가 지금의 이명박 정권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아이들 세대를 위한 새로운 경제가 필요하다. 토건과 낡은 성장주의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더 자유롭고 더 개방되나, 제 배만 채우기에 쓰는 자유와 개방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자유와 개방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중국보다 백 배 더 자유로워야 하며, 일본보다 백 배 더 개방적이어야 하며, 미국보다 백 배 더 연대해야 한다. 자동차 몇 대를 미국에 더 수출하기 위해, 광우병 검역 주권을 훼손하는 그런 자유와 개방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그 돌파구를 찾아낸 다면 역사는 성공할 것이다. 내겐 이것이 촛불의 뜻이다.

 

/송기호 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