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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교조 탄압은 우리 교육의 백보 후퇴

반짝이2 2009. 6. 29. 00:30

“그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계산된 법 망치를 휘두르는 공권력이 아니라 그들의 과장된 흑색선전을 믿고 함께 전교조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선남선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건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한국은 지금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본격적인 징계방침이 발표되어 시끄럽습니다. 시국선언 참여 교사 1만7000 여 명 중 핵심 주동자 88명을 중징계하고 선언에 참여한 나머지 교사들도 주의·경고 등 행정 처분키로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40만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과 2차 시국선언을 준비하겠다고 강경하게 맞대응해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됩니다.

어쩌면 20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혀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 내게 한국의 문제는 20년 전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분명 독일인의 잣대로 보았을 때는 한 치도 틀리지 않은 진실들이 이현령 비현령 식의 법해석에 의해 턱턱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분통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대 오래 갈 수는 없겠지요.

내가 한국에서 16년을 교육받으며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 진리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곳에서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죽어라 붙잡으려고 달려가던 목표물이 의미를 잃었고,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최고의 가치도 이곳에서는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들이 너무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늘어놓는 핑계라고 치부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세운 진리의 성을 지켜내고 싶었지요.

그러나 갈수록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곰곰히 지난 시절 한국교육을 돌아보았습니다. 정말 그 누구도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인지 자문해 보니 전혀 없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현실성이 없다고 무시했고, 좌경용공 세력이 어쩌고 하는 흑색선전에 동요되어 색안경을 끼고 보았고, 굳게 닫힌 철문을 열기 위한 투쟁이 강한 모습으로 비쳤던 그들을 우리는 과격하다고 손가락질 했었습니다. 바로 전교조였지요. 우리 두 아이들을 통해 독일학교를 경험하면서 새삼 전교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들은 대부분 여기 있거든요.

교육환경개선, 네이스 반대, 교원평가 반대, 0교시 폐지, 교원 근무 시간 준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평준화 해지 반대, 교원평가 반대, 일제고사 반대 등등, 전교조 선생님들이 바꾸려 했던 제도, 끝까지 바로 잡기 위해 싸웠던  문제들은 독일학교에서는 이미 너무도 자연스럽고 평범한 교육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독일에서 본 한국교육은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많이 달리 보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숲이 보이듯 숲 속에서 나무만 바라보고 이 숲은 네모니 세모니 따지며 싸우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그나마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교조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어 든든했습니다.

그동안 전교조는 초창기의 신뢰를 잃고 적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합니다. 회원 수가 늘어나니 당연 과거 소수의 의식 있는 교사들이 해내던 일이들이 분산되었을 것이고 잡음도 심심치 않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것은 전교조 교사가 특별히 잘못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일어난 당연한 사회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들을 들추어 ‘전교조 교사는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도덕성에 흠집 내며 개인의 실책을 일반화하려는 망동에 넘어가지 마세요. 한국 교육을 걱정하는 그들의 순수한 투쟁만을 가감 없이 보세요. 독일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진정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저는 전교조가 가는 길 위에 그나마 우리 교육의 희망이 실낱만큼이라도 있다고 믿습니다.

추천글 : 교육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출처 : 독일교육 이야기
글쓴이 : 무터킨더 원글보기
메모 : 글 읽고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더 열심히 교육 현장을 지키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