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교사가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학부모님! 여름방학을 앞두고 인사드립니다.
아이들과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관심 가져주시고 격려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한 학기동안 말썽을 부리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많이 자랐습니다.
아이들이 대견스럽습니다.
이 모든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방학동안 우리 아이들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책도 읽는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방학 동안에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산이라도 꼭 가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가족여행을 계획하시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한두명을 초대하도록 해서 아이 친구의 부모님께도 미리 양해를 얻어 함께 여행을 가게 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열 살이 넘으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친구 따라 강남이라도 갈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요. 그러니, 아이가 친구랑 놀 수 있도록 부모가 나서서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학부모님!
지난 월요일에는 2학기 방과 후 학교에 대한 희망신청서를 보내드렸습니다.
정부가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을 강조하면서 방과 후 학교가 특기적성을 배우는 본래의 역할을 넘어서 국영수사과중심의 보충수업의 형태로 강제되고 있습니다.
희망신청서를 나누어주면 아이들은 반드시 “원하는 대로 답해도 되나요?”라고 다시 묻습니다.
이제 희망이라는 말조차 강제성을 담고 있는 언어로 다가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너희가 학교의 주인이고, 너희가 나라의 주인이다.”
“친구와 협력하고 당당하게 자라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의 공적인 구조에서 경쟁을 강조하면 사교육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돈많은 집의 자녀들만 따로 다니는 특별한 자립형 사립학교가 생겨나면 우리 부모님들의 등골이 휘도록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저희교사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초등학교부터 시험경쟁으로 줄세우면서 암기식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느낍니다.
그래서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우리 아이들을 좀더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열망에서 나온 것입니다.
교사시국선언의 내용은 “사교육비가 폭등하게 만드는 경쟁중심의 교육정책을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가르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에서는 일만 칠천 명의 시국선언 교사들을 고발하고 징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
교사가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 아이들 앞에서 교육을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교사시국선언에 참가한 것으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혹시 앞으로 걱정을 끼치게 되더라도 많은 이해를 당부드립니다.
그러면 무더운 여름방학 동안 학부모님 가정이 두루 편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방학기간에도 아이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해 주십시요.
사랑하는 우리반 아이들의 담임교사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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