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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단전에도 무사했던 쌍용차 생산설비, 누가 지켰나

반짝이2 2009. 8. 9. 00:32

단전에도 무사했던 쌍용차 생산설비, 누가 지켰나

[取중眞담] 사측과 경찰의 치사한 '공장 공개'... 물 한 방울 없길 바랐습니까

권박효원 (10zzung)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쌍용차 사측이 공개한 식량창고 사진. 경찰과 보수언론들은 "물과 식량이 충분했다"며 노조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 쌍용자동차
쌍용차 사태

쌍용차 점거가 끝난 뒤 경찰과 사측이 공장을 개방하고, 공장 식량창고에 10㎏과 20㎏짜리 쌀 38포대, 2ℓ짜리 생수 1200여개, 컵라면 4000여개를 취재진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식량과 생수는 농성 노동자들이 한달 반 이상 저항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공장 안에 있던 농성자는 약 500여명. 금속노조는 "3~4일 분량의 물을 비축해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조중동 보수 신문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사측과 경찰의 설명대로 "공장 안에 생수와 식량이 충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업 노동자에 '식수 고갈' 바라는 신문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 유성호
쌍용자동차

<동아일보> 블로그에서 한 기자는 전날 농성 조합원들이 들고 나온 짐에 대해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배낭과 모포, 심지어 밥솥까지 들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스가 끊겨 식당내 대형 밥솥을 못 쓰게 된 뒤, 조합원들은 각자의 전기밥솥을 모아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자는 또한 공장 청소 작업과 관련 "(사측 직원은) 망가진 공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극한상황에서도 굳지 않은 도료는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측은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파산이나 다름없는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내겠다고 위협했고, 곧바로 농성장에 전기를 끊었습니다. 통풍을 시킬 수 없고 설비들이 빡빡하게 늘어선 공장 구조에서 단전은 안전사고나 질병 위험과 곧장 연결됩니다.

 

그러나 회사가 '파산'을 말하는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배관 안에 있는 도료가 굳을까봐 어둠 속에서 비상발전기를 돌려 생산설비를 지켰습니다. 쌍용차에서 다시 일하겠다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농성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평택의 하루하루는 길었습니다. 물과 식량이 충분한 공장 바깥에서도 농성 중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기자들도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공장 정문 앞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의료진의 출입과 식수 반입을 요구하는 가족들과 이를 막는 사측 직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나중에는 아예 컨테이너 박스로 정문 앞을 막아버렸습니다.

 

가족들이 "물만 넣게 해달라"고 울부짖을 때, 사측 직원들은 "저 안에 물 충분히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어차피 식수가 충분히 있다면, 왜 사측은 '인권침해' 비난까지 들어가면서 강경하게 반입을 금지했을까요? 안에 물과 식량이 충분하고 생활이 쾌적했다면 왜 노조는 77일간 농성을 하면서 요구해온 고용보장을 포기했을까요?

 

쌍용차공장 앞 불법행위... 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후문에서 농성자들을 기다리던 시민들 중에서 일부가 공장에서 몰려 나온 사복경찰들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육중한 체구의 한 사복경찰이 연행되는 사람의 머리를 곤봉으로 힘껏 후려치고 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 권우성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공장 안에 있던 노동자들은 '불법' 점거파업을 벌였습니다. 공장 안에는 화염병과 사제 대포, 대형 새총 등이 가득했습니다. 이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것도 물론 불법입니다.

 

그러나 사측과 경찰의 불법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화전에 물을 끊은 것은 소방기본법 제28조 위반이며, 의료진 출입을 막은 것은 응급의료법 21조 위반입니다. 식수와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라고 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권고를 방해했으니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이기도 합니다.

 

기자들이 있는 공장 바깥에서도 사측 직원들의 불법행위가 판을 쳤습니다. 사측 직원들이 공장 앞 도로를 점거하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나 기자 등을 구타한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 폭행 등의 불법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애들 불러서 저것들 다구리(뭇매) 한번 뜰까."

 

지난 4일, 쌍용자동차 홍보팀 관계자는 경찰력 진압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평택공장 앞으로 모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대학생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다음날인 5일, 사측 직원들은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천막을 모조리 철거하고 활동가와 대학생들을 내쫓은 뒤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도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홍보팀 관계자는 사측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들에 출입을 불허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행히 출입을 '허가'받았습니다. 비판을 덜 해서 허가 받은 게 아니길 바랍니다.)

 

77일의 파업 기간 동안 법대로 싸운 쪽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애초 이처럼 생존권을 둘러싼 대규모 갈등은 누구도 법대로만 다투기 어려운 싸움입니다. 그러나 사태가 끝나자 법과 원칙에 따라 연행된 사람들은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입니다. 8일 현재 경찰은 노조 집행부 23명, 불법 행위자 64명, 취재기자 5명 등 외부인 9명을 상대로 사흘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깊은 골 치유하겠던 이유일 관리인, 뭐 하십니까

 

쌍용차 사태는 경찰과 사측의 물리력에 밀린 노조의 일방적 양보로 마무리됐습니다. 협상이 타결된 6일, 한상균 지부장은 담화문에서 "대형 참사를 막아야 했기 때문에 결단을 했다, '죽음의 행진'을 멈추어야 하는 절박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공개된 농성장은 구조가 미로 같았고, 2만2000ℓ의 시너탱크도 있어 취재진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진압하면 우리들은 물론 여기 들어오는 경찰이나 사측 직원도 다같이 죽는다"던 농성 조합원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뒤집어 보면, 노조가 양보를 했기 때문에 조합원은 물론 경찰이나 사측 직원들도 죽음을 피한 셈입니다.

 

노사는 협상을 타결하면서 형사상 책임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기로 합의했고,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사내 갈등 문제와 관련 "직원들과 대화해가면서 깊은 골을 치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리인이 말한 '직원'이 사측 직원만이 아닌, 농성 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라면,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사측의 안을 수용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폭력은 이제 멈춰지길 바랍니다. 그래야 쌍용차가 다시 달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열대야의 암흑 속에서 촛불을 켜면서도 생산설비는 지켰던 사람들은 다 쌍용차의 직원입니다.

출처 :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찾기
글쓴이 : 성깔 짱 원글보기
메모 : Fact(사실)도 없고 Truth(진실)은 더더욱 모르는 멍충이들, 조중동 OUT with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