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책읽어주는여자

대학생 조카에게 태백산맥을!

반짝이2 2009. 9. 1. 15:55

'화려한 휴가'라는 국민영화만 아니었으면

80년 광주가 경기도 광주인지 전라도 광주인지도 모를 대학생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그럴리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역사의식이 희박한 건 사실인 듯 하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다 잘못된 교육과정과 학교교육 탓인데.

 

어쨌든 이불 속에서 몰래 몰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거나

학생회에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같은 책을 공부했던

부모세대 386에 비하면 지나온 과거에 대한 관심이 적고 현실에 대한 관심도 시야가 좁은 듯하다.

 

내가 대학 1학년이었을 때는 과 회지에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실었다가

교수에게 불려가고 회지는 전부 몰수당하는 수모(?)를 겪었는데

요즘은 그 시가 수능에 나온다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태백산맥' 역시 당시 젊은이들에게

곡절 많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 빛나는 성과였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염상진에, 김범우에, 하대치에, 솥두껑에

자신을, 혹은 주변의 사람들을 대입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던가.

 

다행히 거다란님의 아래 글을 보니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태백산맥'은 여전히 울림이 있나보다.

진실을 기록하되, 문학적 성취도 함께 이룬, 잘 씌여진 소설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올 여름, 아르바이트 두 개 하랴 끙끙대면서도 '토지'를 붙들고 있던 조카에게

'태백산맥'을 선물해야겠다.

태백산맥이 그 아이도 '진보로 전도'해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