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책읽어주는여자

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탐구

반짝이2 2009. 3. 10. 13:04

          

 

<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탐구 >

- 김영수 / 알마

 

"내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알지 못하면 말하지 않는다"

 

 

"그의 슬픔은 썩 베일 것 같이 날카롭고 분노는 가슴을 저민다.

그래서 그가 남긴 글은 록(rock)이다.

형식적이고 가식에만 치우쳤던 찬양일변도의 심포니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롱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능할 수 있게 했던 넓이와 깊이를 갖춘 록이다.

흥분과 격정,울분과 비운의 록!”

 

 

사마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연구로

외국인 최초 사마천학회 회원이 되었던 김영수 교수가

EBS에서의 강의를 책으로 엮어 냈다.

 

강의를 몇 번 재미있게 보았던터라

요즘같은 난세에 도움이 될라나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다.

 

같은 필자가 2년 전에 내놓은 비슷한  책은

600쪽이 넘는 두께에 질려 읽을 염도 못 냈는데

이 책은 겨우(?) 400쪽이 넘을 뿐!

게다가 저자가 직접 사마천의 고향과 관련 유적들을 답사하여 찍은 사진들도 많다!

 

나이 48세에 사내로선 가장 치욕적이었을 궁형을 택한 대신

글을 쓸 치열함과 자유를 얻었던 사마천.

 

"사람의 죽음 가운데에는 아홉마리 소에서 털 하나를 뽑는 것 같이  가벼운 죽음이 있나 하면

태산보다 더 무거운 죽음도 있다."

사마천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과 믿음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과 같은 난세를 헤쳐나갈 지혜를 그에게 빌어본다.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더 튼튼하고
좀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는 끌 수 없는
제 눈속의 불
천년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도 '사마천'이란 시를 남기셨다.

'글 쓰는 천형'의 동병상련이 따랐으리라.

선생의 고향인 통영 중앙동을 걷다보면

 통영출신 김장수 서예가가 글을 새긴

 '사마천' 시비를 만날 수 있다.


"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故 박경리

 

 

'사마천'         

 

 - 박경리

 

 

그대는 사랑의 기억(記憶)도 없을 것이다.


긴 낮 긴 밤을


멀미같이 시간(時間)을 앓았을 것이다.


천형(天刑) 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육체(肉體)를 거세(去勢) 당하고


인생(人生)을 거세(去勢) 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진실(眞實)을 기록(記錄)하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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