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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험이에요?

반짝이2 2009. 3. 25. 12:44
“또 시험이에요?”
[일제고사 생각하기] 학생 기고
광주드림
기사 게재일 : 2009-03-25 06:00:00
 
새벽잠에 등교하기도 힘든 학교생활, 나는 작년 학기 초부터 쪽지시험, 수행평가, 중간·기말고사, 일제고사 등 날마다 보는 시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낸 한 여고생이다. 입시를 강조하는 기성세대들에 치이며 대학 입학을 위해 뛰고 있는 학생들은 일제고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지난해 10월13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일명 ‘일제고사’가 있던 날, 시험이 끝나면 교과수업, 야자(야간자율학습)까지 하는 날이라 친구들도 별다른 생각 없이 시험을 본 거 같다. 근데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시험에 나라에서 많은 세금을 들이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무려 160억 원이 들어갔다고 하던데, 그럴 돈 있으면 제발 학교 시설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 학교 시설은 녹슬고 도태되는데, 고작 등수 매기려고 보는 시험에 그 많은 돈을 들이다니, 정말 정부는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이론으로만 가르치는 ‘공부’라는 개념으로 똑같이 시험을 보는 건, 교과서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다양성·다원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외워서 시험 보는 기억력 테스트보다 내 생각을 주장하고 토론하는 그런 게 훨씬 좋다. 그런 수업들은 왜 안 하는 걸까? 교과서에 나온 글들은 다 거짓말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사기꾼인 걸까?

일제고사라는 전국 단위의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각 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 대비시험을 볼 것이다. 학교에서도 경쟁교육이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 대체 내가 원하는 공부는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시험만 보면 대수일까? 정부는 등수 매겨서, 전국에 내 성적을 폭로해서 뭔가 하나라도 더 달달 외우는 그런 공부를 시킬 작정인가?

성적은 학생들의 기분과 용돈,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학교를 선택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성적이 떨어지면 등수 하나에 연연하는 친구들은 실컷 울고, 심지어 ‘살고 싶지 않다’ 는 말까지 한다. 그깟 숫자가 무엇이어서 그 걸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건지,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기성세대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막상 학교현장에서 지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적이 높고 등수가 높은 애들을 더 예뻐하고, 아닌 애들은 무조건 ‘꼴통’으로 치부하는 학교. 차별에 상처를 받는 우리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나이에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에 숫자 몇 개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친구’ 가 아닌 ‘경쟁자’가 되어 버린다. 학생들은 어느 순간 거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돼 적응하고 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를 나오고, 극단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에 대해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사자가 아니라 일제고사가 정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르는 걸까? 학생이 투표권이 없다고, 정치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생각 못하는 아이들로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우리도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다. 제발 성적 가지고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

유선경 <광주 지역 고교 2학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