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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제고사 반대하는 나, 깜짝 놀랐다

반짝이2 2009. 3. 28. 22:57

[이원영의 교육돋보기]
일제고사 반대하는 나, 깜짝 놀랐다
체험학습 보냈다고 목자르는 이상한 시험공화국

 

2008.12.12이원영/새사연 운영위원

 

 

자식 키우기 너무 힘든 우리나라

내게는 아이가 둘 있다. 네 살, 다섯 살이다. 요즘에 마법천자문(?)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천자문 카드를 사달라고 졸라대서 애들 엄마가 카드들 사줬다. 숫자도 모르고 한글도 잘 모르면서 “얼음 빙, 불 화”를 외쳐댄다. 아이들에게 한자는 그림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인데, 한자에 대한 관심이 어디로 튈지 자못 궁금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로로, 포켓몬스터에 깊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아이에게 “무슨 꿈 꿀래” 하면 포켓몬스터의 일종인 피카츄를 꾸겠다고 답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 노릇하기는 정말 어렵다. 오죽하면 결혼한 지 7년이 넘은 내 친구는 애를 안 가질 생각이라고 한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애 키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란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날마다 신비로운 경험을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우리 어른들도 사는 것이 험난하지만 아이들도 그럴 것 같은 불길한 생각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두 해만 넘기면 이른바 제도권 교육에 입학할 것이고, 이를 떠올리면 그 때부터는 복잡한 머리가 더욱 헝클어진다.

일제고사 반대하는 나, 깜짝 놀랐다

요즘에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오늘 인터넷에 뜬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를 반대해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아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하여 결과적으로 시험거부를 하도록 한 교사 7명을 파면해임 한다는 기사를 읽으며 교육청이 미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객관식 시험 성적으로 줄세우기 위한 일제고사를 반대한다.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그만큼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성적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싶은 욕구가 전 세계에서 일등이기 때문에 찬성비율이 의외로 높다.

만약에 내 아이가 일제고사를 봐야하는 대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분명히 안 보는 방법을 찾아봤을 것이다. 만약에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봐서 안 봐도 된다고 하면 그 방법을 찾아 했을 것이고, 무조건 봐야한다고 한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학교에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초중고 12년간 개근상을 탔던 걸 자랑스러워한 나로서는 애를 결석시키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판단할 법하다.

혹시나, 담임선생님에게 시험을 안 보길 원해 체험학습을 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러시라고 하는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면, 난 그 선생님을 고마워할 것 같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부모에게 애를 학교에 안 보내도 될 명분을 주셨기 때문이다.

징계 받은 교사가 적은 이유는?

또, 한편으로는 의문이 든다. 전국에, 서울에 나처럼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들이 상당히 많은데 왜 징계를 받는 교사가 그렇게 적은 것일까? 물론 대부분 교사들은 교육청의 중징계 협박이 무서웠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들을 지지, 지원해주는 학부모들의 행동이 별로 없었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행동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학부모들 상당수가 일제고사를 반대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교사들을 향해 협박을 하는 교육당국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나 내가 나서서 일제고사를 안 보도록 하면 내 아이에게 무슨 피해가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보통의 부모들 심정을 고려하면 그럴 법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파면 해임 징계가 너무 과하다?

언론 기사와 인터넷 댓글에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표현이 나왔다. 성추행, 금품수수 등도 웬만하면 파면하지 않는데 ’학부모가 동의해 하루쯤 일제고사 거부한 것이 무슨 파면감이냐’ 라는 논리이다. 내 스스로 ’너무 심하다’ 라는 뜻에 동감을 하려다가 문득, ’잘못된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감봉, 정직 등 낮은 수준의 징계를 하는 것은 상관없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고사를 아이가 안 본다고 학교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다른 학생이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도 아닌데. 교육청은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중징계 사유를 들이 댄다. 교육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은 수많은 아이들을 목숨을 포기할 지경까지 가도록 입시경쟁에 몰아넣는 것은 전혀 반성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도 안되는 학습권을 들먹인다.

성적 때문에 생명을 버린 아이들에게 그들 중 누가 책임을 졌는지 누가 징계를 받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체험학습은 학습이 아닌가? 오히려 쓸데없이 강제로 일제고사를 보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문하고 싶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기에 징계는 과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부당한 것이다.

올해 중징계, 일제고사 확대 걸림돌 제거 수순

현 정부와 교육청이 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미친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죄인(학부모들의 자책 섞인 표현임)인지라 반대해도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가장 걸림돌은 역시 교사들이다. 

특히나 전교조처럼 조직된 교사들이 큰 걸림돌이다. 국제중학교 설립, 일제고사 전면 실시, 학교자율화 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사교육비 두 배 정책, 입시지옥 정책”이라고 비판하니 눈엣가시 같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징계해서 "내가 뭐랬어, 중징계한다고 그랬지, 또 그러면 이 꼴 난다, 빈말이 아냐”라고 언행일치를 한 셈이다. 초반에 기선제압을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놔야 일제고사 등 경기부양을 위한 사교육비 폭등 정책을 지금보다 뚝심있게 실시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강남 부자들을 위한 국제중학교 설립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으니 그들이 앞으로 갈 길도 훤히 보인다.

학부모들이여 단결하라, 우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우리 부모들은 인질 근성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교사들 탓 하는 데는 익숙하면서도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 한목소리 내는 것에는 무기력하다. 사교육비가 치솟는 것이 교사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대학입시 등 잘못된 교육제도 속에서는 스타 강사가 학교에 우글대도 사교육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학부모들이 교육을 바꾸자고 단결하는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헌납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길이 우리가 살 길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난, 일제고사 같은 쓰레기 정책을 거부하다가 (만약에) 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파면되는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 때문에 교문만 들어서면 작아지는 학부모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똘똘 뭉치는 것을 교육권력자들은 제일 두려워한다. 교사는 잘못한 게 없어도 파면시킬 수 있지만 학부모는 어떤 징계도 할 수 없다. 교육이 바뀌기를 꿈꾸는 부모들이여, 단결하라. 우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

* 부모가 아닌 사람들도 단결하기를...

원문 : http://saesayon.org/journal/view.do?pcd=EC01&page=2&paper=20081212094407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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