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사진 / 강화 더리미>
키큰 남자를 보면/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키가 작은 안도현 시인은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속상한다'고 했다.
그럴만하다. 키큰 남자에 대한 찬사로 이만한 시가 없다.
'작은' 키는 요즘 아이들에게 최대 고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한 번 맞는데 100만원씩 한다는 성장촉진주사를 몇 회씩이나 맞는 중산층 아이들도 있다 한다.
키가 187이나 되는 (오빠가 아니라) 동생은
옆에서 보니 살면서 오히려 불편한 점도 많은 거 같은데.
아직 150센티가 안 되는
앞줄의 동우와 형욱이는
행여나 키가 더 안 클까봐 밤에도 잠이 안 온단다^^
문제는 마음의 키인 것을.
마음의 키를 키워 주는 성장촉진주사는 없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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