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가끔 쓰는 일기

박혜진 아나운서의 마지막 뉴스

반짝이2 2009. 4. 24. 23:51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3년여 시간 속에는 역사가 있었고, 또 삶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분의 눈과 귀가 되고, 심장이 되고 싶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많이 어렵지만 추위와 어둠을 뚫고 꽃이 피듯이 여러분 마음속에도 곧 봄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4월 24일 뉴스데스크 여기서 모두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329756_2687.html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9시 데스크에서 박혜진 아나운서를 볼 수가 없다.

신경민 아나운서에 이어 박혜진 아나운서까지 사라진다.

9시 뉴스를 자주 못보니  그녀의 클로징멘트를 매번 들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매번 볼 때마다, 당차고 소신있는 그녀의 클로징멘트는

답답하고 암울한 뉴스들의 행진 끝에 시원한 청량수였다.

이제 더 이상 폐부를 찌르는 그녀의 클로징멘트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작년, 그러니까 아마 성탄절밤이었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앞둔 '파업전야'에 그녀의 멘트는 비장하고도 아름다왔다.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습니다.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결국 방통위의 징계를 받고.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는 그녀.

다시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으려면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아니 싸워야 할까.

 

오늘 언소주의 장자연관련수사촉구 청원서명은

불과 4시간만에 아고라에서 블라인드처리 되었다.

언소주대표 김성균씨는 사이버망명지(이런 것도 있는 줄 첨 알았다)에서 계속 청원서명을 받고 있다.

 

온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려 놓고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이제 그 생각을 곰곰히 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아래는 작년 가을, 예비방송인들 앞에서  박혜진 아나운서 강의의 일부.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 그말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다.

너무나 간결하고 진부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동력은 무었일까 생각해 봤는데, 공감,동감,감동이었던거 같다.

바로 그게 결단을 하게 만들었고,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너무나 간단한 진리인데 그안에 소중한 진리가 담겨 있었다는 말을 최근 뉴스를 진행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삶이라는 것이 사람의 준말이라고 하는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 아픔은 잘 생각해보면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거다.

사람이 사는 이유가 자기가 어떻게 평가 되어지는지 그 단 한 줄을 위해서 사는 거란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그 현실,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 사람에 대한 관심, 애정. 그것에 대한 관심 없이

책자, 글 피상적인 것만 쫒아서는 결국은 자기의 꿈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을 이루기까지 좌절하는 순간이 수 없이 올 것이다."